폼페이오 “김정은은 사악…핵 포기하게할 ‘당근’도 ‘채찍’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8일 09시 58분


“북핵? 실제 협상 상대는 金 아닌 시진핑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7일(현지 시간)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며 북-미 협상을 주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7일(현지 시간)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며 북-미 협상을 주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사악한(evil) 사람”이라며 “그는 한반도 전체가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미 협상 결과에 대해선 “그 시간을 내 인생에서 되돌려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며 “우리는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폼페이오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장관 등을 지냈다. 특히 1기 당시 총 4회 북한을 방문하는 등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 만나며 북-미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 “美, 北에 대한 당근, 채찍 없어”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날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김정은은 ‘나쁜(nasty) 사람’”이라며 “무례하단 의미가 아니라, 사악한 사람이란 의미”라고 비판했다. 또 “김정은은 북한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믿고, 그것을 되찾는 방법을 찾는 데 집착한다”며 “결국 목표는 ‘그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했다.

당시 협상이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선 ‘중국’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김정은이 나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그 여정은 항상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됐다”며 “결국 우리가 협상한 대상은 김정은이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래서 나는 북한의 핵무기를 단순히 북한 한 곳의 문제가 아닌, (김 위원장과 시 주석) 두 사람이 공유하는 전략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는 독자적 ‘결정권’이 거의 없다. 이는 김정은 문제가 아니라 중국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앞서 1기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선 북-미 협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두곤 “내 생각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리가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이어받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금은 그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다”며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포기하게 할 ‘당근’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채찍’도 거의 없다”면서 “채찍은 대부분 이미 사용되고 있고,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 (이제는)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을 회유할 ‘당근’은 물론, 압박할 ‘채찍’ 역시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 협상장으로 북한을 이끌 지렛대가 미국에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에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북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도전할 수 있는 경로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이 길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로 노벨상을 탄다면 정말 놀라운 일일 것”이라며 “그런 일이 있다면 나도 거기에 참여하겠다”며 웃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김 위원장이 가장 바라는 것은 “경제 제재 완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이 정말 원하는 것은 북한이 다시 ‘정상 국가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그는 제재 완화로 돌아갈 길을 찾고 싶어한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그 목표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낮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역시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 “韓, 핵추진 잠수함 필요해”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미국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개발을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해선 “그 내용이 포함된 건 놀라웠다”면서 “매우 고무적인(encouraging) 일”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다만 “물론 매우 복잡한 논의가 될 것”이라며 “아직은 최상위 수준의 선언만 있을 뿐 세부 사항들은 거의 정리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도 내비쳤다. 또 “미국은 항상 다른 국가에 ‘군사적 핵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데 매우 신중해 왔다”며 “새로운 핵능력 국가 등이 등장할 때마다 억제 체계는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본적인 게임이론으로 보면, 위험 요인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억제력 구조는 크게 복잡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위협에 맞서기 위해선 한국 국민이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이 핵잠수함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선 “더 많은 논의와 세부 검토가 필요하고, 이는 매우 복잡한 질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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