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변호인단 답신…BBC 회장도 백악관에 별도 서한
편집 실수 인정…“명예훼손은 아냐” 5가지 논거 제시
텔레그래프 “BBC, 2022년 ‘뉴스나이트’서도 영상 조작”
AP뉴시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다큐멘터리 짜깁기 논란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배상 요구는 거부했다.
BBC는 13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BBC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접수된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의 서한에 답신을 보냈다. 사미르 샤 이사회 의장도 백악관에 별도의 서한을 보내, 2021년 1월 6일자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프로그램에서 편집된 방식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BBC는 “편집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연설의 단일 연속 구간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고 서로 다른 부분을 발췌해 연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폭력을 지시한 것처럼 잘못된 인상을 준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을 더 이상 방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제의 영상 클립이 편집된 방식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명예훼손 소송의 근거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요구는 거부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보낸 서한에서 소송 사유가 없다고 보는 근거를 5가지로 제시했다.
▲해당 영상을 미국 채널에 배포할 권한이 없고 실제 배포하지 않은 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피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편집은 긴 연설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악의적 의도가 없었던 점 ▲해당 클립은 1시간짜리 영상 중 12초에 불과하고 트럼프 지지 발언도 담긴 점 ▲공적 관심사와 정치적 발언에 대한 의견 표명은 미국 명예훼손법상 강하게 보호되는 점 등이다.
BBC는 지난해 미국 대선 약 일주일 전인 10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트럼프 : 두 번째 기회?’ 에피소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021년 1월 6일 연설을 짜깁기 편집해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데이비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BBC뉴스 총괄 책임자는 지난 9일 전격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BBC에 해당 프로그램을 이달 14일까지 삭제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BBC에 대해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텔레그래프는 BBC가 2022년 ‘뉴스나이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1월 6일 연설을 오해의 소지가 있게 편집했다고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지지자들에게 폭동을 조장하는 것처럼 편집했다고 했고, 이후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합성’ 비판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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