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에 없던 ‘대장’ 계급 추진… 전쟁 가능 국가로 한발 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4일 03시 00분


자민당-유신회 2027년 시행 합의
전후 80년 유지한 非군사 색채 탈피… “계급-복제-직종 등 국제 표준화”
1위-2위-3위 → 대위-중위-소위로
군대 가질수 없는 평화헌법 결별 가속

일본 정부가 자위대 창설 71년 만에 계급 명칭을 외국 군대와 동일한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방어’만 가능한 자위대를 외국 정규군과 같은 체제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위대원이 2021년 5월 도쿄 인근 시즈오카현 고텐바의 훈련장에서 쌍안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텐바=AP 뉴시스
일본 정부가 자위대 창설 71년 만에 계급 명칭을 외국 군대와 동일한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방어’만 가능한 자위대를 외국 정규군과 같은 체제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위대원이 2021년 5월 도쿄 인근 시즈오카현 고텐바의 훈련장에서 쌍안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텐바=AP 뉴시스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계급 및 직종 명칭을 외국 군대와 비슷한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54년 창설됐으며 약 25만 명의 대원을 보유한 자위대는 명목상 군대가 아니어서 그간 독자적인 계급 명칭을 써 왔다. 그러나 이제 자위대법을 개정해 다른 나라의 정규군과 유사한 호칭 및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변경이 확정되면 이제껏 자위대엔 없던 ‘대장(大將)’ 칭호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출범한 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은 출범 한 달도 안 돼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또 살상무기 수출 확대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물리적인 군사력 증강뿐 아니라 자위대 계급 명칭 변경을 통해 전 국민의 인식 전환 작업에도 나선 셈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80년간 지켜온 ‘비(非)군사 국가’ 기조를 벗어던지고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사전 작업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자위대엔 없던 ‘대장’ 생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 대변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의 명칭 변경 작업에 대해 “현시점에서 구체적 내용을 답할 수는 없지만 집권 자민당과 소통하면서 속도감을 가지고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변경 이유를 두고 “자위대원이 높은 사기와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 또한 지난달 20일 공개한 연립정권 합의문에서 자위대 계급, 복제, 직종 등의 국제 표준화를 2027년 3월까지 실행하기로 했다.

자위대는 패전 후 군 색채를 탈피하기 위해 각종 계급을 숫자에 기반한 일본식 명칭으로 붙였다. 이에 따라 현 계급은 장군 가운데 가장 높은 ‘장(將)’부터 일반 병사 중 가장 낮은 ‘2사(2士)’까지 16개로 나뉜다.

현재 장성급에서 가장 낮은 직위인 별 1개 자리의 명칭은 아예 없고 별 2개는 ‘장보(將補)’로 부른다. 별 3개와 4개는 별도 구분 없이 ‘장’으로 함께 칭한다.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각각 통솔하는 별 4개 장군은 ‘막료장’이라고 부르지만 공식 계급은 아니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 이번 개편을 통해 ‘막료장’ 계급을 ‘대장’으로 새롭게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나라 군대의 대령과 대위에 해당하는 ‘1좌(1佐)’와 ‘1위(1尉)’는 각각 ‘대좌’, ‘대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좌와 3좌는 중좌와 소좌로, 2위와 3위는 중위와 소위로, 일반 병사인 1사와 2사는 1등병, 2등병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자위대의 계급과 직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1등 육좌(1佐)’와 ‘3등 육좌(3佐)’를 비교할 때 1등 육좌가 더 높은 계급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명 통칭 또한 현재의 ‘보통과’를 ‘보병과’, ‘특과’는 ‘포병과’, ‘시설과’는 ‘공병과’ 등으로 바꾸는 안 또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다카이치 정권의 지지율도 고공행진

패전 후 도입된 평화헌법(헌법 9조)에 따라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다. 자위대 또한 말 그대로 ‘외부의 선제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어에 나선다’의 뜻을 지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조직 명칭 변경에 나선 것은 사실상 자위대를 전쟁이 가능한 타국 정규군 수준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다카이치 정권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도 명칭 변경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가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정권 지지율은 82%였다. 해당 매체가 이 조사를 실시한 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전 총리 때인 2001년(8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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