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하고 싶었던 액션, 촬영내내 물만난 고기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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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서 킬러役 김옥빈

“장검 액션은 처음 해보는데 ‘킬 빌’의 우마 서먼처럼 잘 어울리지 않았나요? 그거 잘 어울리기 쉽지 않은 건데.(웃음)”

8일 개봉하는 영화 ‘악녀’에서 배우 김옥빈(30)은 도끼와 칼, 총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깡패 수십 명을 단번에 제압하는 무시무시한 킬러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여성 액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캐릭터와 달리 밝은 에너지가 물씬 느껴지는 배우였다. “어렸을 때 ‘동방불패’의 임청하(린칭샤·林靑霞)를 보고 망토 걸치고 칼도 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이번 촬영 내내 ‘물 만난 고기’ 같았죠. 대본에는 ‘칼로 찌른다’ ‘굴러서 빠져나온다’처럼 막연하게 표현된 장면을 제대로 소화하려니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영화에는 너무 멋지게 나온 거예요!”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로 데뷔한 그는 ‘박쥐’(2009년), ‘소수의견’(2015) 등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로,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잔혹한 복수에 나서는 숙희 역할을 맡았다.

영화 ‘악녀’에서 고난도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김옥빈. NEW 제공
영화 ‘악녀’에서 고난도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김옥빈. NEW 제공
“워낙 자기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최근엔 액션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래선지 오프닝 장면의 후시녹음을 할 때도 실전처럼 볼펜을 두 손에 꽉 쥐고 칼처럼 휘둘렀어요. 그러다 볼펜을 어찌나 많이 부러뜨렸는지… 나중엔 누가 드라이버를 갖다 주는 거 있죠. 하하.”

칸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 그의 화려한 액션 연기가 펼쳐지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좁은 마을버스 안에서 남성들과 거친 격투를 벌이고,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달리는 차량에 올라타 운전하는 고난도 연기도 선보인다. 그는 “칸에서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데 ‘어디서도 못 본 액션이라 신선했다’고 칭찬하거나, 예전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연기가 깊어졌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8년 전 ‘박쥐’로 칸을 찾았을 때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고 그저 신기했는데 이번엔 덤덤하면서도 편안하게 좋더라고요. 레드카펫에서도 하늘을 보면서 ‘20대 때 왔는데 30대가 돼서야 왔구나. 40대에 다시 올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을 했어요.”

영화에서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상대의 목을 베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온 힘을 다해 악을 쓴다. “배우가 예쁘게 나올 수 없는 영화예요. ‘레디!’ 소리에 혼자 ‘으아악!’ 하며 우렁찬 기합을 넣어가며 연기했어요. 앞으로도 액션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싶습니다. 4개월이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는데 워낙 습득한 게 많아 앞으로도 많이 활용해보고 싶어서요.”

이제 갓 30대의 막을 연 그는 “어릴 때보다 일 욕심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자꾸 해놓고도 부족하다며 자책하고, 어쩐지 혼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역시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자신감이 들고 노련해진 것도 같아요. 이렇게 경험과 연륜이 쌓이는 거겠죠?”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악녀#김옥빈#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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