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전설의 드라마 ‘전설의 고향’ 막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3일 07시 05분


■ 1999년 8월 3일

한혜숙, 장미희, 선우은숙, 차화연, 박상아 그리고 송윤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구미호는 아마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 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일 것이다. 언급한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매혹적인 외모에 선과 악을 오가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는 캐릭터에 많은 여자연기자들이 탐을 냈다. 1977년 ‘초대 구미호’ 한혜숙부터 1980년대 장미희 김미숙 선우은숙 차화연을 거쳐 1996년 박상아, 1997년 송윤아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스타가 되지 않은 이 없다. 이들이 나선 무대, ‘전설의 고향’이다.

1999년 오늘, KBS 2TV ‘전설의 고향’이 막을 내렸다. 한 세기를 떠나보내는 심란했던 ‘세기말’의 분위기를 드러내듯, ‘상사요’ 편을 끝으로 앞서 6월28일부터 이어온 방송을 끝냈다.

‘전설의 고향’은 여름 납량물 혹은 공포물의 대명사이다. 물론 1977년 10월18일 ‘마니산 효녀’로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에는 여름에만 시청자를 만난 건 아니었다. 또 전국 곳곳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설화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꾸몄다.

하지만 시청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며 주로 여름철 한을 품은 귀신을 등장시킨 이야기는 언제나 화제를 모았다. 1989년 12년간의 방송을 마무리한 뒤 1996년 여름 한시적으로 부활하면서는 여름 납량특집물로서 그 소임을 다하기도 했다.

‘전설의 고향’은 소재의 고갈, 탁월한 영상기술에 바탕한 외국 공포물의 공세에 부딪히며 1989년 10월 578회 ‘외장녀’를 끝으로 무려 12년 동안 만난 시청자와 이별했다. 그리고 1996년 부활한 뒤 4년 동안 여름 특집물로 방송됐다. 2008년과 2009년 여름 특집으로 시청자를 다시 만나긴 했지만 예전의 명성은 되찾을 수 없었다. 한을 품은 귀신이 펼치는 복수 하지만 끝내 용서를 통해 그 대상을 개과천선의 길로 이끄는 정서는 더 이상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1999년 막을 내릴 당시 책임프로듀서였던 안영동 PD는 “삶 자체가 거칠어져 그런지 모르지만 (복수의 대상을)죽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제작진을 옥죄고 있다”(1999년 8월2일자 한겨레)고 말했다. 어쩌면 현실은 상상 속 허구의 세계보다 더 공포스러운가보다.

그나저나 ‘세기말 구미호’는 누구였을까. 바로 김지영(사진)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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