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미개봉작 ‘애니깽’ 대종상 수상 논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일 05시 45분


■ 1996년 5월 1일

1996년 오늘, 이용관(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강한섭(전 영화진흥위원장) 서울예술전문대 교수, 이충직 중앙대 교수 등 영화평론가 30여명이 ‘대종상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보내는 긴급제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내놨다. 앞서 4월28일 34회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한 ‘애니깽’과 관련한 문제 제기였다. 한 마디로 심사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핵심이었다.

‘애니깽’(사진)이 작품상과 감독상(김호선), 여우조연상(김청)을 수상했지만 본선에 오른 17편 중 유일한 미개봉작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지적은 영화계의 공감을 얻었다. 당시는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작품은 대종상에 출품할 자격을 주었지만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에 있었다. 예심 및 본선에 참여한 많은 심사위원과 본심 시사를 통해 영화를 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본심 심사위원인 홍콩 당계례 감독 등도 힘을 더했다. 예심 심사위원 김경욱 평론가는 아예 미완성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평론가들은 대종상 집행위원회에 ▲‘애니깽’의 특별 공개상영 ▲심사과정을 담은 영화제백서 공개 ▲대종상영화재단 설립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종상 영화제를 운영한 한국영화인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니깽’은 구한말 멕시코에 노예로 끌려간 이들의 고난을 그린 영화. 당시로써는 대규모인 30억원의 제작비로 실제 멕시코 로케를 거친 영화는 고 임성민, 장미희가 주연했다. 하지만 영화는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고도 한동안 개봉을 하지 않아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이 같은 시선은 1992년부터 대종상을 후원했던 삼성문화재단이 후원 중단을 결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수상작 선정 과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나아가 심사 과정에 대한 의혹은 영화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영화는 결국 1997년 12월13일 개봉했다. 하지만 대종상의 공정성 문제는 그 뒤로도 십수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