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위원장 “공동위원장제는 사실상 사퇴 표명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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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 1, 2년뒤 물러날 뜻 전달”… 10일 서울서 ‘미래비전’ 공청회

10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왼쪽부터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임권택 감독, 민병록 동국대 교수, 박찬욱 감독, 이용관 집행위원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왼쪽부터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임권택 감독, 민병록 동국대 교수, 박찬욱 감독, 이용관 집행위원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간 갈등을 빚어온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시가 합의했던 ‘공동집행위원장 제도’가 사실상 이용관 현 집행위원장의 사퇴 의사 표명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위원장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영화제 측이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한 게 아니다”라며 “임시로 공동위원장 체제를 운영해 신임 위원장이 안착할 시간을 1, 2년 정도 가진 뒤 물러나겠단 뜻을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다만 영화계와 부산 시민이 수긍할 인사여야 한다는 점과 영화제의 독립성 보장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시는 지난해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 뒤 계속 갈등을 벌여 왔다. 특히 1월 부산시가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후 지난달 17일 서 시장과 이 위원장이 공동위원장 제도 도입을 포함한 조직 쇄신을 약속하며 봉합 국면으로 가는 듯 보였으나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는 임권택 박찬욱 감독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 민병록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등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시의 간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입을 모았다. 특히 임 감독은 “20년 동안 어렵사리 키운 영화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영화인뿐만 아니라 부산시, 나아가 나라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박 감독 역시 “세계 어느 나라 영화제도 시가 간섭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영화제라면 일단 나부터 작품을 출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집행위원장 제도와 이 위원장의 사퇴에도 부정적 반응이었다. 심 대표는 “조직을 운영하는 절차나 과정이 미흡하면 함께 논의해 보완하면 될 일”이라며 “공동위원장 제도는 결코 적절한 개선방안이 아니며 이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패널들 역시 “이 위원장이 계속 영화제를 맡는 게 제대로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와는 달리 부산시를 성토하는 다소 일방적인 분위기로 흘렀다. 부산시의 입장이나 의견을 전달할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던 점도 아쉬웠다. 한 영화인은 “올해로 스무 돌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행사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자꾸 갈등이 확산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평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용관#공동위원장제#미래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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