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면 떠나는 중국인 멤버…케이팝의 성장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6시 55분


엑소 루한. 동아닷컴DB
엑소 루한. 동아닷컴DB
■ 엑소 루한 사태로 본 케이팝과 중국

외국인 멤버 계약파기 법적 제재 한계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활동 제약 없어
한류 최고 시장…중국 멤버 포기 못해
SM, 현지 파트너와 대응책 모색키로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루한이 10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SM)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앞서 팀 동료 크리스가 소송을 낸 지 5개월 만에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여파가 크다. 루한의 이번 소송은 외국인 멤버 관리의 난맥상, 중국 진출에 대한 고민 등 케이팝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미래에 대비해야 할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 외국인, 일방적 이탈…국내 기획사 속수무책

슈퍼주니어 출신 한경이나 엑소의 크리스와 루한 등 외국인 멤버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파기 소송을 내고 고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국내 기획사는 해당 연예인에게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일방적인 탈퇴 선언에도 전속계약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속수무책 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는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같은 민사소송은 자기 나라로 돌아간 외국인에게는 집행력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기획사가 승소하다면 그 판결을 토대로 중국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와 시각이 다를 수 있고 국내 판결은 단순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이어서 승소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엑소 사태’는 언제든 재발한다

루한의 소송은 ‘국내 가요계에 외국인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점을 알려줬다. 소송을 내고 고국으로 가버리는 순간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되고, 실제로 한경과 크리스가 중국 활동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 상황이 또 다른 이들의 소송을 야기시킬 개연성을 높여준다.

더욱이 현재 중국계 외국인 멤버들에 대한 ‘유혹’이 많아 드러나지 않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는 외국인 연예인의 증언을 듣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중국과 연예비즈니스를 진행 중인 한 관계자 역시 “중국계 멤버가 인기를 얻으면 은밀히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잘 아는 SM도 “주변의 배후세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사례는 같지만 사정은 다르다

루한의 이탈을 두고 “한경과 크리스의 사례를 학습한 결과”라는 말이 많다. 그러나 루한은 ‘사례’는 같지만 ‘사정’은 다르다.

SM은 9월 초 중국 대형기획사인 미디어아시아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엑소, 에프엑스 등에 대한 독점적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모두 중국인이 포함된 그룹이다. 그동안 ‘SM차이나’를 통해 직접 중국 활동을 진행해온 SM이 현지 회사에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준 것은 한경과 크리스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국내법으로 루한을 제재할 수 없지만 현지 파트너를 통해 이탈 멤버의 현지 활동 저지 등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한중 상생을 위한 성장통?

이번 사태에 “중국 시장의 폭발적 성장 과정에서 일어난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인들의 연예 콘텐츠 수요를 충족시켜주기엔 스타를 만드는 일보다 완성된 스타를 ‘스카우트’하는 게 손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국내 기획사들이 외국인 멤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한류의 최대 시장이고, 현지 활동 역시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은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면서 “엑소 사태가 한중 양국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일이면서도 동반성장을 위한 일종의 성장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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