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또 교체…투자자 입김? 역량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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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8일 07시 00분


■ 영화계 잇단 감독 교체…왜?

‘포인트
블랭크’ 전재홍감독→권혁재감독
“제작진과 의견 달라…배우는 그대로”
“투자자 따라야” vs “감독 개성 무시”

갈수록 강해지는 투자배급사의 입김 탓일까. 아니면 감독의 역량 문제일까.

영화 촬영현장에서 또 다시 감독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계에서는 일부 영화의 잇단 감독 교체 상황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배우 류승룡 주연의 영화 ‘포인트 블랭크’ 연출자가 전재홍 감독에서 ‘해결사’를 만든 권혁재 감독으로 교체됐다. 전 감독은 얼마 전 시나리오를 완성해 연출에 의욕을 보여 왔지만 결국 손을 뗐고, 현재 권 감독이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27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전재홍 감독과 제작진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논의 끝에 감독 하차로 방향을 잡았다. 류승룡과 이진욱, 김성령 등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해 9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 사단’ 출신으로 2년 전 영화 ‘풍산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출을 맡았다가 촬영을 앞두고 장철수 감독에게 그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포인트 블랭크’까지 감독을 교체하면서 최근 빈번해지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화 제작현장에서 투자배급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의견과 함께 감독의 역랑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충무로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투자사의 입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요즘 제작현장의 현실”이라며 “특히 ‘포인트 블랭크’ 같은 대작은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대중성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부분 상업적 목표가 뚜렷한 상업영화인 만큼 대중성을 우선에 둔 작품 제작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감독이 지닌 개성이 지나치게 묵살당하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감독이 바뀐 영화들이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미스터K’는 이명세 감독이 하차하면서 제목을 ‘협상종결자’에서 다시 ‘스파이’로 바꿨고 촬영을 끝낸 지 1년 만인 9월5일 개봉을 확정했다. 빅뱅의 탑이 주연을 맡은 ‘동창생’ 역시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감독 교체로 촬영이 지연되면서 현재 11월께로 개봉을 논의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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