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1등기업 CJ E&M 요즘 뒤숭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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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7광구’ 등 대작 잇단 참패로 투자위축 조짐

CJ E&M이 배급한 김범수 김옥빈 주연의 ‘시체가 돌아왔다’는 98만 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위). CJ E&M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건축학 개론’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며 화제가 됐다(가운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관객 340만 명 이상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해 배급사 뉴에 효자노릇을 했다(아래). 뉴 제공
CJ E&M이 배급한 김범수 김옥빈 주연의 ‘시체가 돌아왔다’는 98만 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위). CJ E&M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건축학 개론’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며 화제가 됐다(가운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관객 340만 명 이상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해 배급사 뉴에 효자노릇을 했다(아래). 뉴 제공
국내 영화계의 일등 기업, CJ E&M 영화부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줄곧 한국영화업계 선두였던 CJ의 침체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CJ의 부진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제작비가 큰 영화의 흥행 실패가 뼈아팠다. 여름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7광구’(순수 제작비 86억 원대)는 관객 224만 명에 그쳤다. 국내 영화사상 최대 제작비인 280억 원을 들인 ‘마이웨이’도 214만 명을 불러 모았을 뿐이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500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진은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CJ가 투자 또는 배급한 영화 중 올해 히트작은 ‘댄싱퀸’(400만 명)과 ‘화차’(242만 명) 정도다. 제작비 등을 고려할 때 ‘코리아’(186만 명) ‘하울링’(159만 명) ‘시체가 돌아왔다’(98만 명)는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차형사’도 11일 오후 현재 8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

주요 영화의 부진에 따라 이 회사의 관객점유율도 뚝 떨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5월 CJ의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27.7%(관객 수 1009만 명). 지난해 35.4%, 2010년 41.4%, 2009년 44.1%에 비해 턱없이 낮다. 2위 롯데엔터테인먼트(21.3%)는 8.5편을 배급해 773만 명을 모았다.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무를 담당했던 핵심 간부인 이상무 영화부문 본부장이 최근 경쟁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이상용 해외투자제작팀장도 퇴사했으며 또 다른 간부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마이웨이’ ‘7광구’ 등의 부진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J가 움츠러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화계의 우려는 크다. 한 제작사 대표는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동료가 한순간에 짐을 싸는 것을 보면서 CJ 직원들이 모험을 안 하려고 한다. 돈을 받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최고 경영진이 책임질 일을 아랫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창현 CJ E&M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다. 내년에도 10여 편을 준비 중이다. ‘베를린’ ‘미스터K’ ‘설국열차’ 등 큰 영화들도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과 ‘미스터K’는 100억 원 이상, ‘설국열차’는 4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이 팀장은 밝혔다.

이에 비해 후발주자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선전하고 있다. 롯데는 상반기 ‘건축학 개론’(410만 명) ‘은교’(134만 명) 등의 화제작을 낳았다. 6일 개봉한 ‘후궁: 제왕의 첩’도 11일 오후 현재 98만 명을 모으며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돈의 맛’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제조와 유통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는 이 영화들로 문화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뉴)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전 쇼박스 직원들이 주축이 돼 2008년 설립한 뉴는 올해 ‘내 아내의 모든 것’(342만 명), ‘부러진 화살’(341만 명), ‘러브픽션’(171만 명)의 성공으로 쇼박스를 제치고 롯데엔터테인먼트에 거의 근접한 관객점유율 3위(20.5%)에 올랐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영화#CJ E&M#CJ E&M 흥행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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