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재건축이 되나요…한가인 ‘건축학 개론’서 이혼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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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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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여인’ 한가인

금방이라도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릴 것 같은 눈망울을 가진 ‘첫사랑 여인’ 한가인은 “남들은 모르는 보스 기질이 있다. 다음에는 여자 조폭 두목 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금방이라도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릴 것 같은 눈망울을 가진 ‘첫사랑 여인’ 한가인은 “남들은 모르는 보스 기질이 있다. 다음에는 여자 조폭 두목 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02년 항공사 CF 모델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서 여배우 올리비아 허시의 이름을 불러냈다. 동그란 얼굴과 오뚝한 코, 맑은 눈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주인공과 꼭 닮았다고 했다. 로미오의 첫사랑이었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그는 첫사랑이었다. 닿을 수 없어 더 아련하고 가슴 아픈, 그래서 더 간절한 권상우의 여인 은주 역이었다.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로 막을 내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도 그는 왕이 목숨 걸고 지켜주고 싶은 여인이었다.

22일 개봉하는 ‘건축학 개론’에서 한가인(30)은 또 같은 ‘옷’을 입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첫사랑 전문배우’라는 별칭에 대해 “내가 가진 장점인 것 같다. 내게서 그 시절의 순수했던 느낌, 청순했던 누군가를 떠올려 주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스러져가는 첫사랑의 기억을 재시공하려는 ‘돌싱’(이혼녀)으로 나온다. 음대 1학년 서연(수지)은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건축과 1학년 승민(이제훈)과 만난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풋내 나는 첫 키스를 나누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터규 집안과 캐풀릿 집안 같은 원한이 아니라 사소한 오해가 이들을 갈라놓는다. 많은 날이 지나고 30대 이혼녀가 된 서연(한가인)은 건축가로 성공한 승민(엄태웅)을 찾아와 살던 집을 재건축해달라고 한다.

한가인의 평소 이미지와 달리 영화 속 서연은 꽤나 속물적이다. 위자료를 잔뜩 뜯어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더니 술 먹고 욕을 쏟아낸다. “주위에서 실제 저와 많이 닮았다고 해요.(웃음) 실제로 씩씩하고 당차고 남자 같다고 해요.”

실제로 첫사랑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역시 씩씩했다. “먼저 그 사람의 카카오톡(휴대전화 메신저)에 나와 있는 상태 표시를 보고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정하겠죠.(웃음) 위로를 받겠다면 위로해 줄 거예요. (대학 때) 첫사랑과 헤어진 뒤 아쉬웠던 건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는 점이었어요. 다시 나타난다면 편하게 ‘무슨 일인데’ 하고 말을 툭 건넬 수 있을 것 같아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이자 고교생인 수지의 화장기 없는 풋풋한 모습이 얼굴에 조금씩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와 비교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속상하지는 않을까? “오히려 저와 수지가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하던 걸요. 저와 수지(1994년생) 모두 개띠고 AB형인 것도 공통점이고요. 이용주 감독님(1970년생)까지 개띠라 엄태웅 씨가 ‘여긴 온통 개판이야’ 하고 놀렸어요.”

영화에 대한 호평과 ‘해품달’의 높은 시청률 덕에 요즘 그는 배우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출연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고생도 했다.

“처음부터 예상한 거였어요. 지고지순한 캐릭터에 스스로 공감할 수 없어서 답답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여배우가 해도 ‘안티 100만 명’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 3주간은 인터넷을 끊었지만 비판은 수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도 이제는 첫사랑의 기억을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에서 돌아볼 수 있는 나이다. 곁에는 남편(연정훈)도 있다. “스물넷에 결혼했으니 벌써 7년이나 됐네요. 빨리 결혼해 여배우로 손해 본 것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아요. 살얼음판 위에 서있는 것 같은 배우 생활에서 가정은 큰 힘이에요.” 첫사랑 여인의 손가락에서는 반지가 반짝였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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