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영화는 美아카데미 문턱에도 못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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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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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째 도전… 최종후보에 한 번도 선정 안돼

한국 영화의 ‘아카데미 잔혹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난달 27일(한국 시간) 발표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이란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 돌아갔다. 아카데미가 1956년 외국어영화상을 만든 이후 한국은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줄곧 이 상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수상에 실패했다. 심지어 국내 영화는 최종 후보 5편에조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올해 이 부문에는 60여 개국의 작품이 출품됐다.

2000년 이후 한국 영화는 산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크게 성장하며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지만 유독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 사이 일본과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수상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2000년 이후만 봐도 일본은 2009년 다키타 요지로(瀧田洋二郞) 감독의 ‘굿바이’로, 대만은 2001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상을 선정하는 6000여 명의 아카데미 회원(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으로 구성)에게 한국 영화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감독,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부진한 것도 한국 영화의 이미지가 약한 이유로 꼽힌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이란,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할리우드에 스태프가 많다. 이들이 자국 영화의 인지도를 높인다”면서 “우리도 요즘 활발한 한류를 적극 활용해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영화제와 아카데미상의 선정 기준이 다른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영화제들은 독창성과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반면 아카데미상은 작품의 완성도를 고려한다는 분석이다.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비교하자면 3대 영화제가 ‘신동’을 찾는 데 비해 아카데미는 ‘장인’을 찾는다. 우리 영화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약하기 때문에 번번이 수상에 실패한다”며 “영화 담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3대 영화제에서 보다 분발해야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 영화가 3대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박덕호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센터장은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란, 태국, 일본 영화들은 그랑프리를 받았지만 우리는 최근 5, 6년간 경쟁부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면 아카데미상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오르지 못한 한국 영화는 올해 5월 이 영화제를 앞두고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고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다른 나라에서’, ‘하녀’로 2010년 경쟁부문에 초청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토커’ 등이 올해 칸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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