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99년 H.O.T 신드롬…10대 여고생 유서 남기고 자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9월 19일 07시 00분


‘아이돌’이란 말은 일단의 스타들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스타로 또래 팬들을 사로잡으며 대중문화의 뚜렷한 흐름이 된 명징한 문화현상이기도 하다. 이미 1980년대부터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당시는 해외 스타에게만 적용되는 말이었다. 문희준, 강타, 이재원, 토니안, 장우혁으로 구성된 H.O.T는 이 단어를 비로소 국내 스타들의 것으로 만든 최초의 그룹이다.

1999년 오늘, 이들의 열성적인 팬인 1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전날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이들의 콘서트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진 이 10대 여고생은 H.O.T에 대한 애정을 담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당시 H.O.T가 얻은 인기는 가히 ‘신드롬’에 가까웠다. 이전의 댄스그룹과는 철저히 차별화한 개성 강한 전략을 동원하며 이들은 10대 팬들의 열기를 모아갔다. 그해 9월 9개월 만에 4집을 내고 돌아온 이들의 18일 잠실 콘서트에는 4만여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공연 도중 문희준이 비에 젖은 무대에서 떨어지면서 팬들은 흥분했고 급기야 200여명이 집단 실신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앞서 문희준과 교제한다는 소문에 휩싸인 베이비복스의 간미연은 H.O.T의 팬으로부터 ‘죽여버리겠다’고 쓴 혈서와 함께 면도날 든 우편물을 받아 경악하기도 했다. 또 팬 사인회를 마치고 나오다 오물 세례를 받기도 했다. 공부와 경쟁에 내몰린 10대들에게 스타들은 가장 소중하고 간절한 탈출구였던 것일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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