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윤 감독 “한국애니 기록 보다 한국애니 편견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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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7시 00분


오성윤 감독은 “500만 명까지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농담을 건네며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보였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오성윤 감독은 “500만 명까지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농담을 건네며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보였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

한국애니는 안된다 의식 팽배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으로 극복
눈빠지게 예매율 체크
100만 넘어 200만 돌파 희망
트위터에 1분마다 감상평이…
부모·아이 관객 소통 적중 기뻐


“마음껏 웃을 날은 200만을 돌파할 때겠죠. 요즘 매일 컴퓨터 모니터 보면 피가 말라요.”

오성윤(49) 감독은 여전히 목이 마른 눈치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제작 명필름·오돌또기)가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을 넘었지만 “아직 즐길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손익분기점(150만명)을 넘지 않았고,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스태프들과 자축하기에는 100만이란 숫자론 부족한 듯 보였다. 내심 목표는 200만 돌파다.

“추석까지 상영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오 감독은 “흥행 욕심이 아니라 200만 돌파는 고생한 스태프와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 모두에게 특별하고 상징적인 의미”라고 말했다.

● 고생한 150명 스태프와 그 가족들…‘200만 돌파’란 선물 주고파

오성윤 감독은 무려 6년을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에 쏟아 부었다. 충무로 유명 제작사인 명필름이 나섰는데도 투자를 받지 못해 발을 구를 때도 있었고 그림을 다시 그리는 작업도 수 없이 반복했다. 그의 말대로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전국 관객 120만 명을 넘어 순항하고 있다.

“트위터에 거의 1분에 하나씩 감상평이 등장해요. 엄마 관객의 평이 기억에 남는데 영화 보는 내내 아이가 끊임없이 물었고 마지막엔 아이가 울어 곤혹스러웠다는 얘기였어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며 이야기하는 작품을 원했는데 통한 거죠.”

오성윤 감독은 요즘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실시간으로 예매율을 확인하고 관객 수를 체크하기 때문. 매주 새로운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는 탓에 긴장은 놓을 새가 없다.

그래도 제작 과정을 돌이키면 지금은 “견딜만한 수준”이다. 오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안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그걸 깨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개봉한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한 건 이야기의 힘이 약해서죠. 웰메이드는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1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라 자신 있었어요. 물론 아이들이 보는 작품의 결말로 적절한가 고민했지만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 “어린이 관객처럼 스크린과 소통하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어요”

제작 과정은 ‘의견 출돌’의 연속이었다. 일본의 지브리, 미국의 디즈니 스튜디오처럼 고급스러운 이야기를 지향하느냐, 한국적인 고유한 결의 작품을 만드느냐 의견이 나뉘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 눈높이’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어색하고 서걱거리는 면이 있어요. 농담 섞인 대사가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우리의 결을 지키는 방법이었어요. 유치하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편연하게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죠.”

서울대 서양학과 출신이지만 그는 “미대 연극학과를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대학생활을 연극 활동에 바쳤다. 졸업 후 영화로도 눈을 돌렸다가 결국 그림과 영화를 접목한 애니메이션이 최종 목적지가 됐다.

오성윤 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더 즐겁게 보는 방법으로 어린이 관객을 받아들이라고 권했다. “아이들은 스크린과 바로 소통해요. 단지 떠든다고, 좌석을 발로 찬다고 싫어한다면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어요. 어린이 관객을 받아들인다면 전혀 다른 감상 포인트를 찾을 수 있어요.”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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