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액션의 백미는 통쾌함-정의감 잔혹하게만 흐르면 살인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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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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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 6편 회고전 여는 이두용 감독

이두용 감독은 “영화 ‘용호대련’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액션영화를 폭력영화나 이류영화로 받아들이는 당시의 사회적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이두용 감독은 “영화 ‘용호대련’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액션영화를 폭력영화나 이류영화로 받아들이는 당시의 사회적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돌아이’는 ‘또라이’에서 따왔습니다. 지금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또라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영화 ‘돌아이’를 통해 현실에서도 ‘또라이’처럼 불의에 맞서는 젊은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두용 감독(동아방송예술대 석좌교수)은 69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정했다. 그는 1970년 영화 ‘잃어버린 면사포’로 데뷔한 뒤 ‘용호대련’ ‘뽕’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60여 편을 연출했다. 15일 개막하는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그의 액션영화 6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을 연다.

이 감독은 회고전에 대해 “당시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 만들었던 영화들을 보여 준다는 게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태권도를 다룬 액션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회고전에서 보여 주는 액션영화들은 ‘돌아이’ ‘용호대련’ ‘분노의 왼발’ ‘돌아온 외다리’ ‘돌아온 외다리 (속)’ ‘비밀객 (속)’이다. 그는 홍콩 무협영화와는 다른 태권도 발차기 중심의 한국형 액션영화를 선보였다. 이 감독은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당시 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태권도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술감독 자체가 없던 시절 ‘용호대련’을 준비하면서 ‘특수기능자’ 모집 공고를 내고 60여 명을 선발해 직접 훈련시켰다.

이 감독은 “액션영화의 백미는 통쾌함과 정의감이다. 요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액션영화들이 점점 더 잔혹하게만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영화들은 살인영화”라며 “할리우드에서도 액션영화는 철저하게 권선징악이라는 기본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다. 약자 편에 서서 액션영화를 만들어야 관객들의 눈물과 박수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 ‘피막’(1980년)으로 198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으며 1984년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칸 영화제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칸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출품했습니다. 칸 시사회에 혼자 갔는데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기가 쑥스러워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레드카펫으로 입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감독은 “과거에 비해 영화 제작 환경도 좋아지고 이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 토대가 갖추어졌다”며 “해외 영화제에서 상 받는 데 안주하지 말고 이제 한국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개봉 될 수 있도록 배급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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