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 “비극이 곧 코미디 그게 우리네 인생”

  • 입력 2009년 9월 1일 0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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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 느낄수록 웃음 커지는 ‘페이소스’ …언밸런스 같지만 내 작품 코드

영화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중환자실에서 숨쉬고 있는 어머니 곁에 앉았다. 17년 전이었다. 간경화와 당뇨 합병증 등으로 힘겨운 투병의 세월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그에게 말했다.

“산소호흡기를 떼달라.”

김용화 감독은 차마 어머니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런 죄도 없는 분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상은 대체, 뭘까?’

어머니의 병원비를 보태기 위해 웬만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김용화 감독은 찢어질 듯 아픈 가슴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아마도 그때 내 세계관이 바뀌었나보다”고.

그는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 ‘오! 브라더스’로부터 ‘미녀는 괴로워’ 그리고 8월30일 현재까지 636만9586명의 관객을 동원한 ‘국가대표’ 등 코믹 정서 가득한 영화로 사랑받아왔다. 그것은 “관객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과거의 아픔이 남긴, 영화를 바라보는 그 자신만의 시선인지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영화 속에는 늘 지질한 청춘들이 등장한다. ‘오! 브라더스’의 불륜전문 사진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청춘과 조로증에 걸린 이복동생, ‘미녀는 괴로워’의 뚱뚱하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코러스가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냈다. ‘국가대표’ 역시 스키점프를 통해 우울한 청춘들의 희망기를 그린 이야기다. 그런 것처럼 그는 늘 영화로 희망을 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봉 5주차를 지나면서도 극장을 찾아 관객들에게 인사하기에 바쁜 김용화 감독을 만났다.

-실제로 만나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제는 젊은 관객과 함께 중장년층, 부모 세대 관객들이 많아졌다. 아마도 부모님들을 모시고 극장을 찾는 젊은 관객이 많은 것 같다. 400만 관객 정도가 최대 흥행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잘 버텨줘 대견스럽다.”

-영화가 대견스러운가.

 “‘국가대표’는 관객을 위로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영화의 진정성을 느끼신 건지 관객이 많이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더 많이 연구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사실 내겐 영화 만들기에 대한 고답적 정론 같은 게 있었다. 이번엔 그걸 좀 바꿔봤다.”

-고답적 정론이란.

 “예컨대 동시녹음 같은 거다. 100%% 후시녹음 방식을 택했다. 후시녹음에만 한 달이 걸렸다. 설사 촬영현장 당시 느낌이 더 좋다고 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모두 4800여컷이 담겼는데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좀 있었고 해서, 또 관객에게 스토리의 연속성을 선명히 전달할 필요도 있었다. 관객이 대사를 놓치지 않아야 영화보기의 즐거움이 더한다.”

-‘김용화표’ 영화가 있다면.

 “페이소스다. 코미디 혹은 웃음은 곧 비극과도 상통한다. 절박한 비애감을 느낄 수 있다면 웃음은 더 커진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진지한 상황 속 유머를 주려고 했다. 관객은 ‘우리 인생도 그렇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관객은 모두 알 거라 믿는다.”

-당신에게 영화는 뭔가.

 “내가 위로받으려고 일한다. 세상을 살면서 힘들고 허무하고 아이러니한 상황 혹은 외로움을 얼마나 많이 겪는가. 그런 나를 위로하고 스스로 즐기고 싶기도 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비관적인가.

 “인생과 세상에는 밝음보다 어둠이 많다. 희망보다 절망의 크기가 더 크다. 그래서 그런 얘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은 거다. 내 세계관이 그리 밝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고 싶다. 비참하고 남루하고 저열한 세상, 과연 관객은 영화를 통해 그런 걸 보고 싶어할까.”

(김용화 감독은 그러면서 자신의 대학 시절, 겪은 어머니의 투병과 간병 그리고 힘겨웠던 청춘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당신의 그런 내밀한 얘기를 공개해도 되겠나.

 “내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건 내게 내리막길이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지나치게 솔직해진다는 것이고, 나이 들어 좋지 않은 건 솔직하지 못한 내 젊은 시절이 그리워진다는 거다.”(웃음)

-당신의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영화에 녹일 수도 있겠다.

 “내 고단한 경험이나 내 지식을 드러내기 위한 영화는 이미 대중영화가 아니다. 보편성 아래서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다. 누구나 내 영화를 보고 세상의 또 다른 진실을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관객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극장문을 나서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나이 60이 되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지도 모르지. 묵시록처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향후 특별한 계획은 뭔가.

 “결혼하고 싶다.(웃음) 결혼은 내가 또 다른 삶을 산다는 거다. 영화를 만들어오느라 정서적 독립을 아직 하지 못했다. 하하! 누굴 만난다면 기대치가 있기 마련인데 제대로 만남이 이뤄지겠는가.”

-결혼한다면 언제쯤.

 “하하! 내년쯤 하고 싶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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