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말하는 해운대는

  • 입력 2009년 8월 13일 07시 47분


‘해운대’ 진심은 사람과 사랑입니다… 사람일,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요‘미워하며 살지 말자’라는 의미 담았죠

재난영화 ‘해운대’의 ‘흥행 쓰나미’가 극장가를 덮치고 있다. 12일 현재 전국 관객 8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는 ‘해운대’(제작 JK필름)는 1000만 관객 돌파를 넘보며 대중의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대’의 연출자 윤제균 감독은 “새로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욕구”를 흥행 요인의 앞머리에 내세웠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을 통해 흥행 감독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윤제균 감독을 만나 ‘해운대’의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JK필름의 대표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의 사무실 문에는 ‘大道無門’(대도무문)이라는 어구가 붙어 있다. ‘사람이 가야하는 길, 도리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윤 감독은 “올바른 정도(正道), 앞만 보고 달려가자는 뜻으로 붙였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IMF의 처절한 위기에 빠져있을 무렵, 한 대기업에서 ‘윤대리’로 일하고 있던 그는 1999년 한 영화사가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신혼여행’으로 대상을 차지하면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나.

“그렇다. 20대에는 암울했다. 20대 초반에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30대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며칠 전 거울을 들여다보며 ‘제균아! 너 10년 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 울지는 않았다.”(웃음)

-영화를 시작한 지 이제 딱 10년이 됐다.

“삶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이런 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대기업에서 일할 때 내 10년 뒤 목표는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지금 10년 뒤 목표는 뭔가.

“더도 덜도 말고 지금 같은 것. 관객과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주목도 받고 인정도 받는 영화를 계속 만드는 거다.”

-‘해운대’의 흥행으로 돈도 좀 벌었겠다.

“바람대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선다 해도 (규모를 말한다면)깜짝 놀랄 만큼 적다. 하지만 행복하다. 1000만 관객 돌파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해운대’로 너무 많은 걸 얻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그래서 행복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적이 있었나 싶다. ”

-흥행 요인이 뭘까.

“새로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가 강했기 때문 아닐까. 관객들이 ‘이러저러한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가르쳐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은 가장 까다롭고 가장 똑똑하다. 우리가 더욱 주목할 건 새로운 도전과 관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관객들은 그런 당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국영화가 이제 테크놀로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가 더욱 많아진다면 적어도 아시아권 최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지원과 영화계의 관심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어떤 점에서 ‘해운대’는 나의 이야기이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사람에게)잘하라’고 생각해왔다. 인생에는 미움과 분노 등 희로애락이 있고, 나와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도 날 배신할 수 있다.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자는 얘기, 그래서 사람과 세상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기본적인 진정성으로 마음의 문을 연다면 세상은 훨씬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가장 진정성을 담아낸 장면을 꼽는다면.

“진정성보다는 애정이 가는 장면이다. 극중 동춘(김인권)의 어머니가 쓰나미에 휩쓸린 뒤 그녀의 구두가 떠내려가는 장면 말이다. 많은 걸 의미하는 장면이다. 어머니의 사랑,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등. 음악을 일부러 깔지 않았다. 슬픔보다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극중 재난은 중후반부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투자 단계에서부터 재난이 너무 늦게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재난영화는 크게 ‘인디펜던스’나 ‘투모로우’식이 있고 ‘타이타닉’의 플롯이 있다. 난 후자를 따랐다. 드라마를 얼마나 쌓아가느냐에 따라 그 폭발력의 크기가 달라진다. 취사선택의 문제였다. 사랑과 인간관계 등 사람의 이야기를 ‘투모로우’ 같은 구성으로는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차기작은.

“현재 서너개의 아이템을 두고 고민 중이다. 8월 안에 어떤 작품을 할 지 결정할 것이다. 아마 또 다른 기술적 도전이 될 만한 작품이 될 것 같다. SF의 요소도 가미되는….”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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