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MC숫자는 □명이다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그래픽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숫자 6과 5, 3이 감싸고 있다. 쉽사리 지나치던 숫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방송 보는 재미도 쏠쏠해진다. 사진 제공 SBS MBC
그래픽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숫자 6과 5, 3이 감싸고 있다. 쉽사리 지나치던 숫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방송 보는 재미도 쏠쏠해진다. 사진 제공 SBS MBC
《“사회나 자연 현상은 모두 수학으로 풀 수 있습니다. 숫자는 세상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같아요.”(미국드라마 ‘넘버스’ 중에서)

케이블 폭스채널에서 방영 중인 ‘넘버스(NUMB3RS)’는 올해 미국 현지에서 시즌 5까지 방송한 과학수사물이다.

등장인물 찰리 엡스는 숫자가 만물을 설명한다고 믿는 수학 천재 교수다.

숫자에 담긴 의미를 풀면 세상의 법칙을 알 수 있다는 것.

TV 프로그램에도 이런 ‘숫자의 법칙’이 있다.

넘버스처럼 범죄자를 잡을 만큼 거창하진 않아도, 숫자를 파악하면 숨은 재미가 보인다.

사각(4)형 TV 속의 채널(6번, 7번…)을 틀면 나오는 방송 속 숫자들을 살펴봤다.》

■ TV프로그램에 숨은 숫자의 법칙

6 2명-3명 다양한 조합 가능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MBC ‘무한도전’), 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MC몽 이승기(KBS2 ‘1박2일’).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가 되며 시청자에겐 친숙해진 숫자가 있다. 집단 MC의 숫자인 ‘6’이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뿐만이 아니다. SBS ‘골드미스가 간다’와 MBC 드라마넷 ‘무한걸스’, KBS JOY ‘다녀오겠습니다’도 모두 6명이다.

물론 6명 MC 체제는 무한도전이 인기를 끌며 다른 프로그램들이 따라한 듯하다. 무한도전도 과거 ‘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에서 출연진이 5∼8명을 오고가는 경험 뒤에 6명으로 정착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를 ‘그룹 다이내믹스(Group Dynamics·집단역학)’의 결과물로 규정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숫자 6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다양한 조정을 거쳐 만든 ‘매직 넘버’로 봐야 해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최소한 6명이 필요했던 겁니다. 7, 8명으로 늘리지 않은 건 네트워크 구조상 ‘투자 대비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죠.”

6이 가지는 구조의 안정성과 변화의 용이함도 한몫했다. 물의 결정이 육각형이듯 자연에서 6은 안정적인 결합을 만든다. 게다가 2와 3으로 구성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3명씩 2팀으로 나눠 청백전을 벌이고(1박2일 복불복게임), 2명씩 짝을 지어 3팀이 경쟁하는 구도도 만들 수 있다(무한도전 보물찾기). 물론 예외도 있다. SBS ‘패밀리가 떴다’는 MC가 8명이다. 하지만 이 속에도 ‘남성 6+여성 2’로 6이란 숫자가 숨어 있다.

5 드라마 ‘5분 전 시작 땐 시청률 ↑’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9시 ‘55분’ 방송, KBS2 ‘코미디쇼 희희낙락’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5분’ 방송.

흔히 지나치던 방송시간을 들여다보면, 5는 쉽게 눈에 띄는 숫자다. 1시간 단위 프로그램은 대부분 55분이나 5분에 시작한다. 30분가량 방송하는 아침드라마나 저녁 일일드라마 방영시간을 봐도 15분이나 25분에 시작한다.

정각보다 프로그램이 일찍 시작하는 건 시청률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가엔 ‘경쟁 방송보다 5분 먼저 시작하면 시청률 5%가 오른다’는 말이 있다. 심상대 SBS 편성기획팀장은 “속설이 맞는다는 증거는 없지만 선점효과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면서 “주말 저녁 예능은 이 선점 싸움이 치열하다가 요즘은 ‘25분대’에서 합의가 이뤄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럼 굳이 5분 단위로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심 팀장에 따르면 저녁 뉴스 배치의 영향이 크다. “정각에 시작하는” ‘SBS 8 뉴스’ ‘KBS 뉴스 9’ 등은 하루 방송 편성의 기준이다. 이 뉴스들이 보통 50∼55분이 걸려 앞뒤 10분 정도 광고를 배치하면 다른 방송들은 55분, 5분에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관습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일본은 드라마나 예능이 ‘57분’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웃나라 방송은 ‘숫자 7’이나 ‘숫자 3’의 법칙이 더 맞는 셈이다.

3 삼각관계-삼위일체… ‘완벽구도’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3은 피라미드의 정삼각뿔처럼 완벽한 구조를 나타내는 숫자다. ‘가위바위보’ ‘삼위일체’ 등을 봐도 3은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한국 드라마도 유독 3과 관련이 많다. 대부분 인물 구도가 ‘삼’각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불륜 통속극(‘윤영희-강철수-한지숙’·SBS ‘두 아내’)은 말할 것도 없다. 사극(‘자명-호동-낙랑’·SBS ‘자명고’)이나 경쾌한 코믹물(‘구동백-한지수-김강모’·KBS2 ‘그저 바라보다가’)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배경음악에도 ‘3분의 마법’이 등장한다. 트렌디 드라마일 경우 3분 안에 한 번씩 주제가가 나와야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는 속설이다. 시청률을 따질 때 ‘애국가 시청률’이라 불리는 3%를 마지노선으로 잡거나 꿈의 시청률로 30%를 거론할 때도 3이 등장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답: 6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