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미디어 핵심은 콘텐츠와 규제 완화”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타임워너, CNN,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수준 높은 콘텐츠의 생산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전달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CNN방송국 내부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타임워너, CNN,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수준 높은 콘텐츠의 생산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전달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CNN방송국 내부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난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왼쪽)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로스앤젤레스=서정보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난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왼쪽)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로스앤젤레스=서정보 기자
■ 美 미디어그룹들의 미래전략

콘텐츠개발-해외시장 진출에 90억달러 투자

영화 한편을 집 → 휴대전화 → 직장 PC로 보게

“화질보다 속보”… 중계차 대신 웹카메라 활용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4∼11일 미국과 일본에서 마이클 콥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캐럴 멜턴 타임워너 부회장, 조너선 클라인 CNN USA 사장,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 등 현지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수준 높은 콘텐츠와 그것을 유통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쟁력 있는 콘텐츠 육성

타임워너는 콘텐츠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케이블망사업 분야인 타임워너케이블을 분사시켰다. 멜턴 부회장은 “분사로 생긴 90억 달러를 콘텐츠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쓸 예정”이라며 “시청자의 엔터테인먼트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미디어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는 ‘창의성이 열쇠다(Creativity is key)’를 모토로 폭력이 없는 보편적 콘텐츠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CNN의 경우엔 더욱 빠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생중계 시 중계차를 가급적 쓰지 않고 기자와 PD가 웹카메라를 이용해 전송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클라인 사장은 “인터넷 시대의 시청자들은 좋은 화질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CNN의 표어인 ‘가장 신뢰받는 이름(Most Trusted Name)’을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콘텐츠 유통

이들은 수준 높은 콘텐츠 생산과 함께 이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타임워너는 ‘TV를 모든 곳에서(TV Everywhere)’를 내걸고 위성, 케이블, 인터넷TV(IPTV), 인터넷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사의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타임워너는 와이브로(무선인터넷) 사업자인 클리어와이어에 3.8%의 지분을 투자했다.

월트디즈니도 한 편의 영화를 집에서 IPTV로 보다 출근하면서 휴대전화로 이어 본 뒤 직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나머지를 볼 수 있는 ‘끊김이 없는(seamless)’ 방식이 콘텐츠 소비의 대세라며 이에 대비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특히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익숙한 젊은층을 ‘밀레니엄 세대’로 명명하고 커다란 화면보다 휴대전자기기의 작은 화면에 친숙함을 느끼는 이들을 잡는 것이 미래 콘텐츠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테스트 베드(실험실)’로 한국을 꼽고 있다. “인터넷에서 3분 안에 한 편의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월트디즈니 관계자의 말처럼 한국의 정보기술(IT)과 초고속인터넷망, 무선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월트디즈니의 경우 휴대전화로 영화를 관람하는 서비스 제공을 SK텔레콤과 협의 중이며 국내 초고속인터넷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싶다는 의향을 비쳤다. 월트디즈니는 또 온라인게임에도 관심을 갖고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한국기업과 게임 개발 회사를 차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 규제 완화와 여론의 다양성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매체 간, 산업 간 벽을 허물고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규제 완화를 미디어산업 발전의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열린 시장’과 ‘적은 규제’로 자유로운 인수합병과 새로운 분야의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이뤄내 복합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벤저민 파인 월트디즈니 글로벌 배급 담당 사장은 “2007년 FCC가 20개 지역의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을 위한 청문회에 세 번이나 나가 규제 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실어 전달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멜턴 부회장도 “당시 FCC가 옳았는데 의회에서 부결돼 안타깝다”며 “신문과 방송 겸영은 미국 신문이 겪고 있는 위기의 타개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신방 겸영이나 글로벌미디어그룹이 여론 독과점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멜턴 부회장은 “주간지 타임과 CNN 방송국이 그 자체의 논리로 움직일 뿐 모기업인 타임워너는 기사의 방향이나 편집권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불공정성 문제는 시장의 평가에 따라 걸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인 사장 역시 수많은 내부장치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월트디즈니도 산하 ABC 방송의 논조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미디어법 통과되면 올 하반기 미디어빅뱅 시작될것”

최시중 방통위원장 “일본도 신문-방송 겸영… 문제없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미디어 관계법이 처리되면 올해 후반기가 미디어 빅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 최 위원장은 이날 도쿄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파 미디어뿐만 아니라 전체 미디어가 살아남을 길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신문 방송의 겸영과 관련해 “일본도 신문과 방송의 벽이 없는데도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시킨다거나 그런 것을 못 느낄 것이다”라며 “세계가 이미 간 길을 우리가 두려워서 못 간다면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다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며 “부작용이 있으면 방치할 우리 국민이 아니다. 벽을 허물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연구해서 만들어 놓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의 미디어 체제가 30년이 지나면서 시간적, 기술적, 시대적으로 새로운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언론미디어의 기능적 역할이 달라졌고 국민 인식도 달라졌다. 시대도 변화한 만큼 디지털 시대에 맞춰 언론도 변하는 것이 불가피한 역사적 현실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 광고시장에 대해 “미디어 광고시장은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위원장과 일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총무상은 이날 ‘방송통신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양측은 방송통신융합서비스를 비롯해 △이동통신 서비스 △디지털 전환 △정보보호 및 스팸 대응 △통신망 고도화 △전파관리 △방송통신 기술개발 및 표준화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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