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드라마 틀어봐도 그 어머니에 그 아버지…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겹치기 출연 심해 시청자들 “헷갈리고 식상”

연예인의 ‘겹치기 출연’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드라마에선 특히 심하다 싶다. 드라마마다 똑같은 얼굴의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 때문이다.

14일 처음 방영된 MBC 주말극 ‘잘했군 잘했어’에 나오는 배우 강부자, 김해숙, 정애리는 모두 아침드라마나 일일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있다. ‘잘했군 잘했어’를 포함하면 일주일 내내 TV에 얼굴을 비치는 셈이다.

김해숙은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에 출연하며, 정애리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KBS2 ‘사랑과 전쟁’까지 지상파 방송 3사를 넘나든다.

김해숙은 ‘하얀 거짓말’에선 뛰어난 수완을 가진 백화점 회장으로 장애를 지닌 아들에게 애정을 쏟는 어머니로 나왔다가, ‘잘했군 잘했어’에서는 억세고 투박하지만 정 많은 중국음식점 여사장이자 여주인공의 어머니로 변신한다.

정애리는 일일드라마에서 냉정한 여장부로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로 등장한 뒤, 주말드라마에서는 자존심 강한 커리어 우먼으로 남주인공의 어머니를 연기한다.

강부자는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에서 여주인공의 외할머니로 나오고, ‘잘했군…’에서는 남주인공의 할머니 역을 맡았다.

아버지 배역도 비슷하다.

안석환은 KBS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MBC ‘하얀 거짓말’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로 나오며, 주현은 ‘잘했군 잘했어’와 KBS2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장용도 ‘카인과 아벨’, KBS1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에서 모두 아버지로 출연한다.

이 같은 겹치기 출연에 대해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들은 함께 드라마의 호흡을 이끌고 연기력이 탄탄한 중견배우가 부족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이 드라마, 저 드라마에서 같은 배우가 고정적인 역할을 도맡은 것처럼 보인다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줄뿐더러 감정 몰입도 방해한다.

회사원 장혜영 씨(34)는 “배우들의 출연이 지나치게 겹치면서 드라마가 다 비슷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박경숙 씨(53)는 “역량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 시청자의 입장에선 헷갈린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