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도리깨도 춤추게 한 우리의 ‘소리’ 찾아서…

  • 입력 2003년 3월 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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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굿, 기녀의 소리, 구음, 피리소리….

누대를 대물림하며 일생을 송두리째 바쳐 간직해온 우리의 소리가 주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은 생생한 ‘판’으로 전승되는 것. 살구꽃 핀 마을의 매구굿, 파도가 넘나드는 해변의 굿을 악보에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5일부터 방송되는 한국방송공사 창립 30주년 기념특집 HDTV 다큐멘터리 5부작 ‘소리’(밤 12시)는 황톳길 모롱이에서 울려퍼지는 생생한 우리의 음악 현장에서 수집한 원음을 채록했다.

5일에는 진도 씻김굿을 추는 마지막 단골(무녀) 채정례 선생(78)을 만난다. 선생의 제석굿은 남편 함인천의 징과 조카 강정태의 장고로 단촐한 구성이지만 굿이 벌어지면 죽은 자의 잔치에서 산자를 달래는 음악이 벌어진다. 소리로 유명했던 ‘진도 삼례’ 중 조공례선생은 이미 돌아가셨고, 김대례선생은 목이 가라앉아 이제 채선생이 진도 옛 소리꾼 중 유일하게 남았다. 6일 소개되는 중고제의 마지막 이음이 심화영 선생은 구순의 나이에도 ‘쑥대머리’를 부른다. 심선생은 2000년 1월에서야 뒤늦게 충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선생은 이제 아흔살. 취재도중 심선생이 말한다. “진작 좀 오지.”

7일에는 평생을 독공으로 지새온 서편소리의 마지막 명창 한승호(80)선생이 소개된다. 그의 ‘적벽가’에 담긴 천변만화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말 적벽강에 불이 나는 듯하다. 13일에는 “그의 구음을 들으면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춘다”는 예향 진주의 가무악의 달인 김수악이 소개되고, 14일엔 신을 초대했던 음악 ‘통영 시나위’를 잇는 마지막 피리잡이 정영만의 생생한 삶과 예술을 만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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