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할리우드 여자주인공들도 "터프한 게 좋다"…타임지 보도

  • 입력 2002년 4월 29일 17시 19분


'하이 크라임'에서 군부를 상대로 두뇌싸움을 펼치는 여성변호사역의 애슐리 주드
'하이 크라임'에서 군부를 상대로 두뇌싸움을 펼치는 여성변호사역의 애슐리 주드
여성도 과격한 게 좋다?

그동안 남자 주인공이 보호해야 할 대상, 또는 멋진 남자의 ‘작은 새’ 정도로 그려져 온 할리우드 영화의 여자 주인공들이 자신에게 닥친 위협에 폭력도 불사하며 과격하게 맞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타임지가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이런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인간적 ‘감정’은 결여된 채 ‘단순 무식 과격’한 과거의 남성 주인공을 답습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흥행 중인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 룸(Panic Room)’, 애슐리 주드의 ‘하이 크라임(High Crime)’, 샌드라 불럭의 ‘머더 바이 넘버스(Murder by Numbers)’ 등의 공통점은 여주인공이 총을 드는 등 ‘터프하게’ 위기를 빠져나온다는 것.

‘패닉 룸’에서 조디 포스터는 집안에 침입한 괴한으로부터 자신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멕 알트만역. ‘하이 크라임’의 애슐리 주드는 군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변호사 클래어 큐빅역이다. ‘머더…’의 샌드라 불럭은 폭력 남편에게 고통당한 아픈 기억 때문에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두 소년의 죄과를 다르게 매기는 탐정 캐시 매이웨더역을 연기했다.

이 중 미국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불럭의 ‘머더…’. 다른 영화들이 근육질의 남성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해도 될 역할에 조디 포스터를 투입한 데 반해 ‘머더…’는 여성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와 40년대 영화 속에서 여성은 굳이 복수를 하거나 힘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없었으며 영화 속에서 남성과 총을 겨누지 않고 ‘대화’를 속삭이며 사랑과 운명을 얘기했다.

50년대와 60년대 영화속 여성은 대부분 귀여운 말괄량이로 그려졌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비비안 리의 ‘멋진 불량스러움’(Classy Spoiledness)과 줄리 앤드류스의 ‘새콤달콤함(Sassy Sweetness)’이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요즘 영화의 여성 주인공들은 ‘감성’없이 냉철한 두뇌싸움과 남성 못지않은 과격한 ‘액션’만 구사한다는 지적이 있다. 타임지는 “이들 영화는 세계적 이슈에 대해 빠른 대책을 찾지 못해 근질거려 하는 미국식 문제 해결 방법에 부합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복잡한 감성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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