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챔피언' 촬영현장… "한국관중이 부족해"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42분


“온리 코리언스 스탠드 업 앤 고 크레이지, 오케이? (한국 관중만 일어서 열광하세요.)”

1일 오후 3시(미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마련된 영화 ‘챔피언’의 야외 세트장. 촬영에 앞서 미국인 스태프가 김득구를 응원하는 교민역의 엑스트라들에게 연기를 설명하고 있었다.

‘챔피언’은 1982년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 도중 챔피언인 레이 맨시니에게 맞고 쓰러진 채 끝내 일어서지 못했던 비운의 복서 고(故) 김득구 선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영화. 당시 경기는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야외 경기장에서 열렸으나 지금은 주차장으로 바뀐 탓으로 2500평의 대형 세트가 지어졌다. 이 세트에서 촬영될 장면은 10분 남짓으로 김 선수의 마지막 경기. 이를 위해 17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이날 촬영한 부분은 두 씬. 김선수가 라커룸에서 홀로 연습하는 장면과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맨시니와의 시합을 위해 링에 오르는 장면. 그러나 한국 관중 역의 엑스트라가 부족한 일이 발생했다. 아시아인의 외모를 구별못한 캐스팅업체가 필리핀인과 인디언들을 보냈던 것. 급기야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 스태프도 투입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레츠 테이크 (시작합시다.)”

곽경택감독이 영어로 외치자 미국 스태프가 확성기에 대고 복창했다. 촬영과 녹음 부문 외에는 모두 현지 스태프. 이 때문에 시나리오와 현장 콘티도 영어와 한국어로 준비됐다.

현지 엑스트라 관중 만도 1000여명. 실제 영화에서는 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어 관중수가 8000여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김득구, 김득구!” 엑스트라들의 환호와 함께 ‘동아프로모션 김득구’라는 글씨가 쓰인 자주색 가운 차림의 김득구(유오성)가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러자 네 대의 카메라가 유오성을 따라갔다. 영화 촬영용 카메라, 영화속의 가짜 중계 카메라, 이 영화의 촬영 과정을 담는 ‘메이킹 필름’을 찍기 위한 카메라, 그리고 한국 영화 열풍을 취재차 ‘챔피언’ 현장을 찾은 일본 NHK의 카메라까지.

다섯 번의 촬영만에 곽감독의 입에서 만족스런 ‘컷’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홍경표 촬영감독이“모자, 모자”하면서 크레인 위에서 내려왔다. 링위를 돌던 김득구의 가운 모자가 벗겨져 얼굴이 드러난 것. 결국 링위를 도는 모습은 다시 찍어야 했다.

시합장에 들어선 김득구가 20여m를 걸어 링위에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 그러나 영화의 하이라이트 대목이어서 이날 무려 1시간 반이나 촬영했다.

오후 5시. 햇살이 약해지는 바람에 링 위의 장면은 다음날로 미뤄졌다. 현재 절반 가량 촬영을 마친 ‘챔피언’은 7월 1일 개봉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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