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골든 글러브 4개부문 수상 '뷰티풀 마인드'

  • 입력 2002년 2월 7일 17시 58분


한 수학 천재의 50년에 걸친 영욕의 삶을 그려낸 존 하워드감독의 ‘뷰티풀 마인드’를 가장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전형적인 아카데미상 스타일의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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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과 보편적 가치를 탐구하는 진지한 휴먼드라마, 불굴의 정신으로 이룬 업적, 감동적 연기 등이 할리우드의 최고 권위상인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요소들이라면 ‘뷰티풀 마인드’는 이를 골고루 갖췄다. 천재의 외로운 영혼, 이를 감싸주는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퇴행성 질환이라는 정신분열증을 극복해 낸 의지,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업적…. 여기에 이 영화가 실존 인물이자 199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사실도 감동을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이 영화는 이미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 글러브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영화는 ‘러셀 크로의, 러셀 크로에 의한’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크로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20대 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크로는 폭넓은 세월을 자연스럽게 이어냈다.

1948년, 프린스턴 대학에 천재로 불리는 존 내시가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우등생 친구의 논문을 “독창성 없다”고 깎아내리는 오만함과 내성적 성격 때문에 주위로부터 ‘왕따’당하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 “빨리 타액이나 교환하자”고 말했다가 뺨을 얻어 맞는다. 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그의 유일한 친구는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친구 찰스(폴 베타니)뿐이다. 내시는 프린스턴 재학시절 술집에서 금발 미녀를 얻으려는 친구들의 경쟁에서 착안, 독창적인 ‘균형이론’을 만들어내 일약 학계의 스타가 된다. 균형이론은 자신과 소속 집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햐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여기까지는 실제 내시의 삶을 다룬 동명의 원작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후 1시간에 걸친 내용은 철저히 허구다. (원작과 영화의 비교는 2일자 C1면 동아일보 ‘책의 향기’ 참고)

실제 삶에서 내시는 ‘외계인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등 정신분열증에 시달렸지만, 영화속에서 내시가 정신적으로 몰락해 가는 과정은 미스테리 분위기 마저 풍기며 철저히 ‘할리우드적’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신까지!)

내시는 소련 핵무기 정보를 캐내는 암호 해독 극비 업무에 관여하게 된다. 이 일에 빠져들면서 내시는 소련측으로부터 살해 위협의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이후 반전이 뒤따르는 암호 해독 관련 부분과 함께 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것은 아내 알리샤와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암호해독이 극적 긴장을 주는 것에 비해 정작 부부의 갈등 부분은 약하고 감동을 겨냥해 미화된 듯하다. 내시에 대한 아내의 일방적인 헌신은 훗날 노벨 시상식에서 내쉬가 아내에게 바치는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통해 갈음된다.

실제 인물인 내시에게 동성애 문제가 있었던 점이나 알리샤와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여자와 사생아를 버린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전기(傳記)영화’의 허구와 진실의 거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책으로 접한 독자이라면 할리우드의 ‘모범 답안’에 맞춘듯한 내용이 불만스럽겠으나 영화만의 감동은 2시간 14분간 넘쳐난다. 12세 이상.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Memorable Quotes▼

내시가 평생의 동반자 알리샤에게 청혼하는 장면중에서
“우리의 관계가 장기간 보장될까? 증거나 확신이 필요해” (내시)
“우주가 얼마나 크지?” (알리샤)
“무한해” (내시)
“어떻게 알아? 입증이 안됐잖아.” (알리샤)
“몰라, 그냥 믿을 뿐이야” (내시)
“…사랑도 똑같아.” (알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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