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아프리카', 총 주운 김에 사고쳐봐?

  • 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23분


영화 ‘아프리카’는 ‘흥행 강박증’에 휩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지난해 한국 영화의 흥행 코드인 폭력과 엽기 등을 섞어 놓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작들이 그리 간단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두 명의 아가씨가 우연히 권총 두 자루를 줍고 일탈을 감행한다. 여기에 아가씨 두 명이 합세한다. 이들은 강간하려던 사내들에게 총을 쏘고 벌벌 떠는 꼴을 쳐다보거나 껄떡대는 남성들에게 총을 난사한다.(조폭과 엽기). 경찰과 조폭은 이들을 잡는 과정에서 호형호제(呼兄呼弟)한다(조폭). 한 깡패는 화장실에서 “똥 색깔이 왜 이래”라며 궁시렁댄다.(화장실 유머)

이요원 김민선 등 젊은 스타급을 동원한 ‘아프리카’는 불우한 여대생과 다방 종업원의 일탈로 시작한다. 마치 미국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 페미니즘적 메시지는 “웃겨야 뜬다”는 강박 관념에 짓이겨진다. 이 강박증으로 인해 “젊은 여성들이 남근(男根)을 상징하는 총으로 남성을 응징한다”는 페미니즘이 들어설 틈도 없다.

또 이 영화가 주는 웃음도 그리 유쾌하지 않다. 지난해 유행했던 여러 유머나 일화들이 뒤섞어 놓아 신선하지도 않다.

영화는 주인공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팬들의 사이트인 ‘Afrika’가 생기는 것을 계기로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반전하려 한다. 중견 신승수 감독은 일탈한 네명의 아가씨들을 따르는 수많은 모방 범죄를 통해 비상구없는 젊은이들의 갑갑한 일상을 말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중견 감독의 노파심에서 나온 ‘덕담’으로만 끝나는 것 같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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