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강경란PD '지구촌 화약고엔 그녀가 있다'

입력 2001-09-11 18:50수정 2009-09-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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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란 PD(39). 세계각국의 분쟁 지역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여성 프로듀서다. 그는 일 년의 절반을 ‘전쟁터’에서 보낸다. 그래서 화장품 냄새 보다 화약 내음이 더 편하게 느껴지고 반군 지도자들의 이름을 훤하게 꿰고 있다. 분쟁 지역이 이슬람 문화권에 많아 자주 오가다 보니 일을 시작할 때 ‘비스밀라’, 끝낼 때 ‘알 함브릴라’라는 아랍어 덕담(둘 다 ‘신의 가호를’이라는 뜻)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그는 ‘FNS(Frontline News Service)’라는 다큐멘타리 프로덕션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1인 회사’ 다. 정식 직원은 그 혼자이며 일이 있을 때 마다 외부 인력으로 팀을 만들어 취재를 다니닌다.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들은 다음주 KBS를 통해 집중 소개된다. KBS 2TV ‘세계는 지금’(월∼목 밤12시 10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자유 아체 운동(GAM)’을 18, 19 양일에 걸쳐 특집으로 소개한다. 또 19일 KBS 1TV 수요기획(밤 11시반)에서는 동티모르의 건국과정을 다룬 ‘동티모르 현장 보고-국가의 탄생’을 방영한다.

두 편 모두 강 PD가 8월 한달 내내 취재한 내용. 특히 GAM 편에서는 세계 최초로 GAM게릴라와 인도네시아군 사이의 실제 전투상황을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GAM은 북 수마트라 섬의 독립왕국이었다가 1967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아체 왕국의 무장독립투쟁단체.

강PD는 GAM의 부사령관 소피안 다우드를 밤새 설득, 40여명의 게릴라 병력으로 인도네시아 정규군 300여명을 기습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반군을 소개하는 다큐 프로그램에서 전투 장면들은 대부분 연출된 거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인도네시아군의 웃는 목소리가 들리는 100m 앞에서 총격전을 촬영했으니까요.”

그는 이를 위해 몇 시간 동안 게릴라들을 따라 밀림지대를 누볐고 1시간이 넘게 땅위에 포복해 있기도 했다. 총격전이 터진 뒤 3분만에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취재한 지역은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카슈미르, 중동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이란 이라크, 유럽의 알바니아 유고슬라비아 코소보 등등. 중남미와 체첸을 제외하곤 전 세계 화약고들을 다 누빈 셈이다.

키 1m58, 몸무게 46㎏의 가냘픈 몸매를 지닌 그가 분쟁 지역을 뚫고 들어가는 노하우는 국제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처음 현지에 도착하면 그 곳 유력 신문의 스트링어(비상근 통신원)를 통해 기초 정보와 인맥을 제공받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인맥을 다지는데 다시 몇 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죠. 그러면 언젠가 ‘월척’이 걸립니다.”

덕분에 3년 전 발급 받은 그의 여권은 이미 한 차례 증보를 하고도 더 이상 찍을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출입국 도장이 찍혀 있다.

미혼인 그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80학번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한 뒤 89년부터 프리랜서로 KBS와 MBC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도왔다. 그러다 96년 다큐전문 케이블TV Q채널을 통해 국내 최초로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여사와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 등을 인터뷰하면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왜 결혼도 않고 분쟁지역만 좇아 다니는 걸까?

“처음엔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어요. 하지만 갈수록 마약처럼 중독성을 띠더라구요. 취재를 마치고 귀국하면 ‘다시는 안가리라’ 결심했다가도 며칠만 지나면 온 몸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다면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뛰어드는 것일까?

“분쟁 지역은 하나같이 물 맑고 인심도 좋아요. 욕심 없고 순박한 사람들이 그처럼 비극적 삶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 사람들도 이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쟁 지역에서 죄없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저 같은 여성이 카메라에 담을 때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봐요.”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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