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표방송 사이버캐릭터 경연장…TV3社 '눈길끌기' 경쟁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KBS 등 TV 3사들이 13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총선 개표 방송에 사이버 캐릭터 3파전을 벌인다. 메인 MC가 개표 방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들 사이버 캐릭터들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관해 짤막하게 논평하거나 선거 개표 방송을 소개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줄 계획.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MBC의 ‘사이버 캐릭터 엄기영’. 7년간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MBC 앵커로 자리잡은 엄기영 보도본부장의 이미지를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특히 그의 뒷배경에는 가상 세계를 다룬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왔던 컴퓨터의 숫자 조합이 흘러 나와 사이버 느낌을 더욱 짙게 풍기고 있다. 당초 MBC는 지난해 ‘베스트 토요일’ 등 오락 프로에 사용했던 캐릭터 ‘꽁실이’를 활용하려 했으나 총선 개표 방송으로는 지나치게 ‘희화적’이라는 지적 때문에 바꾸었다.

엄기영 보도본부장은 “개표 방송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나 스스로는 쑥스럽지만 개표 방송을 민의의 축제로 만들고 싶은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KBS의 총선 캐릭터는 30세 신세대 기자의 이미지를 살린 ‘알리앙’으로 MBC의 ‘엄기영 캐릭터’와 대조적이다. ‘알리앙’은 알린다는 뜻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 ‘알리앙’은 신세대 특유의 유머 감각과 활달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KBS는 알리앙은 박빙의 개표 현장을 사이버 상에서 달려가는 등 열정적인 취재 장면을 보여줄 계획이다.

SBS는 기존 시사 촌평을 해왔던 ‘나 잘난 박사’(밤 8·40)를 그대로 개표방송에 활용할 예정. 별도로 개발하기 보다 이미 ‘시사 촌평가’로 자리잡은 나 잘난 박사보다 더 지명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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