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심현섭 인기몰이… 빠른대사 흉내로 웃음 유도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그러지 말고 한번 나와주세요.”(KBS PD)

“내일도 녹화에 연습까지 1시간도 뺄 수 없어요.”(심현섭)

개그맨 심현섭(30)의 ‘웃음 상한가’를 실감할 수 있는 대화의 한 대목이다. 심현섭의 본 마당은 KBS2 ‘시사터치 코미디파일’(목 밤 10·55)과 ‘개그 콘서트’(토 오후 6·50). 그러나 KBS의 다른 오락프로들에서 그를 서로 끌어가겠다고 아우성이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사바나의 아침’은 그의 특징이 가장 돋보이는 곳. 이 곳에서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얼굴 표정도 매초마다 바뀐다.

그가 주는 웃음의 법칙은 ‘속도’의 재미. 국내 대중 문화의 저변을 관류하는 ‘속도의 미학’이 그의 개그에 적용된다. 이는 CF같은 화면에 익숙한 요즘 영상 세대의 취향이기도 하다. 그도 “개그의 승부는 치밀하게 계산된 공식 아래 불과 1, 2초 안에 판가름난다”고 말한다.

이 뿐만 아니다. 그는 재주가 많다. 성대와 표정의 모사는 가장 큰 특기. 그는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에서 김대중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의 어투와 표정을 흉내내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96년 SBS 공채로 데뷔했다. 그러나 3년 가까이 방청객 바람잡기 등을 하며 무대 주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지난해초 KBS 강영원 PD의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에 발탁되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한때 그만둘 생각도 해봤어요. 준비된 것은 많은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그가 늦깎이 스타가 된 것은 그의 개그에 맞는 무대가 없었기 때문.

‘개인기의 달인’인 그는 쌍방향 연기보다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낸다. 빠른 장면 전환과 짧은 단막극으로 이어지는 ‘개그 콘서트’가 아니라면 그는 아직 무명에 머무를 뻔 했다. 반면 그는 ‘코미디 연기’에 아직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약점을 알고 있으니 절반의 치료를 한 셈”이라고 말한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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