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영화] ‘러브’등 한국영화 3편 개봉

  • 입력 1999년 9월 22일 10시 29분


‘러브’ ‘댄스 댄스’ ‘카라’ 등 추석 대목을 겨냥한 한국 영화에 ‘사랑 바람’이 불었다.

이 작품들의 공통분모는 파스텔 톤처럼 번지는 20대 남성의 순수한 사랑. 웬만한 멜로 영화라면 ‘약방의 감초’격으로 등장하기 마련인 흔한 정사 장면도 없다. 정우성(러브) 주진모(댄스 댄스) 송승헌(카라) 등 남성들의 시각에서 본 사랑 이야기라는 특징도 색다르다.

‘키스할까요’ ‘처녀들의 저녁식사’ ‘정사’ 등 20대부터 40대까지의 여성 관객을 주로 겨냥했던 지난해 추석개봉 영화들과는 대조적인 경향을 보인다.

‘러브’는 슬럼프에 빠진 마라토너 명수(정우성 분)와 한국인 입양아 제니(고소영)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명수는 달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쑥맥’. 제니를 몰래 훔쳐보다 키스를 시도하지만 ‘너 뭐하니’라는 듯 맹숭맹숭한 표정을 짓는 제니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그의 서투르고 어눌한 사랑은 닫혔던 제니의 가슴을 조금씩 열어간다.

‘댄스 댄스’에서 주인공 준영(주진모)의 사랑은 ‘짝사랑’형. 그는 진아(황인영)가 춤추는 모습에 반해 댄스클럽에까지 가입한다. 춤추는 장면을 빼고는 마지막 장면에서 두 차례의 수줍은 입맞춤이 전부.

착하고 선량한 남자들의 순수한 사랑은 ‘카라’에서 절정에 이른다. 선우(송승헌)는 사랑하는 여인 지희(김희선)가 죽자 아예 과거로 돌아가 운명을 바꾸려고 몸부림친다.

그러나 결국 수진(김현주)과의 사랑이 운명적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작품에서 세 주인공은 손 한번 잡지 않는다. 이들은 엇갈린 시선으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할 뿐이다.

영화평론가 유지나교수(동국대)는 “이 작품들은 20대가 홍역처럼 겪는 청춘의 방황을 그렸다”면서 “남성의 순수한 사랑은 10대층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적 전략에다 ‘야한’ 영화들에 대한 반작용이 겹쳐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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