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노조聯 파업]명분 어정쩡…KBS MBC만 참여

  • 입력 1999년 7월 13일 21시 10분


전국방송노조연합(이하 방노련)이 13일 오전 6시부터 돌입한 파업의 명분은 △방송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시 인사청문회 실시 △상업방송 지배주주 소유제한 등 다섯가지 사항의 법제화다.

방노련은 방송법 개악 반대를 내세우며 7일 일찌감치 전방송사 연대 파업을 선언했으나 실제 파업에 참여한 방송사는 KBS와 MBC뿐이었다. EBS는 독립공사화를 새 방송법안이 수용하고 있어 파업불참을 결의했다. CBS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SBS는 방노련 회원사가 아니어서 동참하지 않았다.

전 회원사의 공감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에 들어간 방노련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명분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요구 사항중 2,3가지라도 이번 회기내 새방송법에 수용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파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MBC다. MBC는 이번 방송법에 공적 기여금 출연 문제와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갖는 예결산권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공적 기여금은 방송개혁위원회가 제시한 매출액의 7%에서 최근 여당안은 세전이익의 15%로 대폭 낮춰졌으나 MBC는 이를 법제화하는 것마저 반대하고 있다.

KBS는 사장 선임시 인사청문회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국책방송사의 신설은 반대해왔다. 그러나 국책방송사 문제는 새방송법안에서 KBS에 위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 때문에 파업에 참가한 한 KBS PD도 “노조원이어서 파업에 참가하지만 이번 파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두 방송사가 파업중임에도 방송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고 있다. 또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고 이번 주말쯤 끝날 것 같다는 게 방송가의 지배적인 관측.

여권은 방송계의 현안 대부분을 새 방송법안에 수용했기 때문에 이번 파업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다듬을 방침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권은 새 방송법을 16일 끝나는 이번 국회 회기중 통과시킬 방침이었으나 여야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통과 가능성은 높지않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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