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개봉 「쉬리」주연 한석규, 특수요원 맡아 관객 손짓

입력 1999-01-28 19:22수정 2009-09-2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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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다려도 배역이 돌아오지 않던 무명시절,그가 느닷없이 형에게 말했다.

“형, 나 쌍꺼풀수술할까?”

형은 냅다 동생의 뒤통수를 갈겼다.

“임마. 쌍꺼풀이 연기하냐?”

한석규(35) 얘기다. 그때 이미 연기력과 외모의 상관관계를 날카롭게 지적한 형은 지금 매니저를 맡아 ‘돈줄’을 쥐고 있는 한선규씨.

한때 외모때문에 고민을 했던 그는 ‘한석규표 영화’로 전국에서 5백만관객(서울관객 2백74만명)을 끌어모았다.6타석6안타,그중절반이홈런이다. 다음달 개봉되는 7번째 영화 ‘쉬리’도 그 영광을 이어갈지 관심거리다.

남북한 비밀요원의 특수작전을 그린 이 영화에서 한석규는 안경을 벗고 나온다. “안경이 무슨 대수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안경은90년대후반 시류와 잘 들어맞는, 그의 신낭만주의적 이미지를 이해하는중요한기호로작용한다.

‘닥터봉’ ‘은행나무침대’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는 안경을 썼다. 앞의 두 영화에서는 세련된 지식인 이미지, 뒤의 두 영화에선 착하고 순수하며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초록물고기’와 ‘넘버3’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 매섭고 날카롭고 때로는 야비하게 번득이는 눈빛으로 치면 한석규만한 배우가 없다. ‘쉬리’에서도 임무를 위해서라면 사랑도, 우정도 저버리는 냉혹한 남측 특수요원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시력 0.3인 진짜 한석규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했던 모든 인물을 짬뽕한 것이 나죠.”

안경과 눈빛만으로 1백% 안타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범해서 오히려 변화무쌍한 얼굴에 인간의 복잡미묘한 내면심리를 담아내는 연기력이 ‘한석규표 영화’의 흥행을 보증한다. 여기에 ‘국민배우’안성기를 능가하는 것이 있다. 성우 경력이 증명하는 정확한 발성과 음색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의 ‘몸값’이 국내 영화배우중 남녀를 통털어 가장 비싼 2억5천만원이다. 이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세모꼴 눈’으로 보기도 했지만 한석규는 “나는 사랑받는 배우보다 연기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영화에서 번 돈을 우리영화에 투자하기 위해 해마다 1천만원을 들여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 계획이며 이같은 작업과 같은 세대 영화인들의 노력이 합쳐져 ‘뉴 코리안 시네마운동’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한가지 더 그의 흥행비결을 찾는다면 ‘될만한 영화’를 골라내는 그의 탁월한 선구안이다. 강제규감독의 ‘쉬리’도 고르고 골라서, ‘8월의 크리스마스’이후 1년만에 출연하는 영화다. “너무 정적인 영화만 한 탓에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선이 굵은 연기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쉬리’에서 원없이 총도 쏘았지만, 개봉을 기다리며 심심해진 그는 혼자 다음 영화를 궁리한다. 코 옆에 있는, 어찌보면 영구같고, 어찌보면 교활하게 도사리고 있는 듯한 검은 점을 보며 중얼거리는 말. “이 점을 이용해서 연기할만한 거, 뭐 없을까?”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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