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로드무비 2편 잇따라 개봉…안식과 사랑 담아

  • 입력 1998년 3월 2일 08시 10분


소외된 두 청년이 안식을 찾아가는 여로를 그린 유럽 로드무비 두편이 잇따라 나온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골든스크린상을 수상한 독일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2월28일 개봉)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프랑스영화 ‘웨스턴’(14일). 현실에서 좌절해 비꼬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모습에서 각기 개성적인 색채를 찾을 수 있다.

보브 딜런 노래에서 제목을 가져온 ‘노킹…(원제 Knockin’ on Heaven’s Door)’의 두 청년은 코미디 액션 드라마의 경계를 질주한다. 제작자 겸 청년 마틴역을 맡은 배우 틸 슈바이거는 독일이 성장무대지만 최근 ‘리플레이스먼트 킬러’에도 등장한 할리우드 지향파. 그는 택시운전사로 일하던 감독지망생 토머스 얀과 의기투합해 ‘노킹…’에 흥행성 할리우드 색깔을 배합했다.

청년 마틴과 루디(얀 리이퍼스 분)의 삶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캄캄하다.

무작정 바다를 찾아나선 이들은 온통 시커먼 옷차림의 멍청이 갱들이 몰던 벤츠를 훔치고 은행 주유소를 털기 시작한다. 이들이 경찰과 갱들로부터 쫓기며 빚어내는 해프닝들은 죽음 앞의 유머처럼 쓸쓸하면서도 통쾌하다. 두종류의 추적자들에게 협공당하던 이들은 거대한 옥수수밭으로 달아나는데, 촬영을 위해 이미 추수가 끝난 브뤼셀의 대농장에서 판매가의 세배를 주기로 하고 캐낸 옥수수를 도로 심었다고.

드디어 해안에 다다른 그들은 원경(遠景)으로 잡은 넓다란 바다 앞에서 너무도 허무한 존재다. 이때 장중하게 터져나오는 보브 딜런의 가락이 이들의 운명에 동참한다. 틸 슈바이거는 지난해 독일영화제와 모스크바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웨스턴’은 프랑스 서부 브레타뉴의 전원을 배경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여정을 담았다. 남성미가 흐르는 스페인계 파코(세르지 로페스)와 작달막하고 못생긴 러시아인 니노(사샤 보르도)는 피해자와 도둑으로 우연찮게 만나 무작정 ‘해지는 곳’으로 향하기로 한다. 니노는 가는 곳마다 여자들이 접근하는 파코를 ‘꾸어 온 보릿자루’처럼 쳐다보면서 남몰래 열등감을 삭여야 한다.

니노의 처지를 동정해 어떡해든 애인을 만들어주려는 파코의 넉넉한 마음씨, 괄괄하면서도 누군가를 미워할 줄 모르는 니노의 인생관은 영화를 보는이마저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풀 파도가 출렁이는 초원과 가을볕이 가득 내려앉는 들녘은 두 사람의 여로를 따라 갖가지 풍경으로 펼쳐지며 둘의 내면을 영상으로 그려낸다.미라신코리아가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작 발표직전 품질을 미리 알아보고 계약, 5만달러라는 유리한 가격에 수입했다.〈권기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