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도 늦다』
댄스음악으로 TV 가요순위프로를 독점하다시피 한 데 이어 드라마와 MC 쪽에서도 인기몰이에 나선 10대들의 주장이다.
김소연 이제니 김규리 박채림…. 고교생으로 「또래 팬」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10대 스타들이다.
선두주자인 김소연(일산동고2)은 MBC 주말극 「예스터데이」와 「인기가요 베스트50」의 MC로 출연하고 있다. 이제니(서울국제외국인학교3)는 「파파」 「아이싱」에 이어 MBC 「남자셋 여자셋」에 등장한다. 김규리(경기여실2)는 KBS2 미니시리즈 「질주」에 이어 최근 SBS 「TV특급 일요일이 좋다」의 진행자로 발탁됐다.
10대 바람은 이미 KBS 「스타트」, MBC 「나」 같은 청소년 드라마의 영역을 넘어섰다. 「LA아리랑」의 정준, 「임꺽정」 「전원일기」의 강현종(은평고2), 「파랑새는 있다」의 강성민(일산동고3) 김민정(국악예고3), 「당신 뿐인데」의 송혜교(은광여고1) 등 고정 출연중인 10대 연기자와 MC는 줄잡아 30여 명. 과거 20∼22세(여자)정도이던 데뷔 나이가 3, 4년 앞당겨졌다.
매니지먼트사 「매스컴」의 최동석실장은 『과장해서 표현하면 10대 연기자 지망생이 줄 서 있을 정도』라며 『인기직종으로 부상한 연예인에 대한 신세대의 선호도와 얇은 연기자층,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방송가 풍토가 10대 붐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연기력보다는 이미지와 화면을 중시하는 트렌디 드라마의 유행과도 관계가 있다. 고교생까지 뽑는 TV 3사의 탤런트선발이 서구화된 체격과 마스크의 10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도 과거 10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에 출연하던 것과는 달리 어른 배역과 쇼프로 MC를 맡는 등 「성인화」하고 있다.
「예스터데이」의 김소연은 극중 입양으로 오누이 사이가 된 이종원 이성재로부터 동시에 사랑받고 있는 승혜 역을 맡고 있다. 삼각관계를 틀로 하는 전형적 「성인연기」다. 방송가에서도 『어쨌든 오누이인데 고교생들에게 배역을 맡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제니도 「남자셋…」 등에 단골 여대생으로 출연중이다. 특히 10대가 많이 보는 가요순위프로 등 오락프로에서는 주시청자 또래의 MC 기용이 두드러진다.
이같은 현상은 돈과 인기를 최고의 가치로 좇는 요즘 10대들의 특성과 방송사의 상업성이 결합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 계층별로 시청자층이 나눠지는 케이블 TV와 달리 우리 사회의 「주류」를 반영해야 하는 공중파 TV가 10대와 그들의 문화에만 기울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KBS의 최상식 드라마국장은 『「반짝스타」는 자주 나오지만 스타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조기진출보다는 연기교육과 충분한 연습을 거쳐 데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