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은 얼마나 벌까▼
[허엽 기자] 음반이 10만장 팔릴 경우 가수와 매니저 등 소속사의 몫은 약 1억7천만원. 이 돈은 계약조건에 따라 다시 나뉘지만 가수의 몫은 30∼40%로 5천만∼7천여만원. 기껏해야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불과 수개월만에 이만한 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은 현대판 엘도라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게다가 스타가 되고 나면 움직이는 게 돈. 각종 이벤트에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소속사 이적 비용도 톱스타의 경우 10억원은 예사다.
이 때문에 유명 음반제작자 등 스타메이커 주변에는 엘도라도의 꿈을 좇는 이들이 몰려든다. 또 KMTV 뮤직스타 선발대회 등 공식 가수 등용문의 경쟁률은 1백대 1이 예사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없다는 것. 가요계에서 연간 출시되는 음반은 1천여장. 이 가운데 신인의 음반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매년 6백여명의 신인 가수가 나오는 셈이다. 이들중 팬들의 기억에 남는 이들은 5% 남짓. 대다수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채 묻혀 있다.
이같은 처지는 매니저들도 마찬가지. 방송국을 출입하는 매니저들 가운데 10년도 넘게 스타급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또 비교적 짧은 시간에 들어오는 많은 돈 때문에 매니저와 가수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 일도 잦다. 그룹 「R.ef」 등이 활동중단을 선언한 것도 계약금 배분 문제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가수들 중에는 음반제작을 「산업〓돈」으로만 보는 시각에 반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5여년 무명시절을 오토바이를 타고 라이브 카페를 전전했던 「존재의 이유」의 김종환은 『음악적 자존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벌써 걷어치우고 포장마차를 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톱스타-TV-CF등 年15억 번다는데…▼
[이원홍 기자] 「황금의 도시」의 뜻으로 알려진 「엘도라도」는 원래 온 몸에 금칠을 하고 다녔다는 전설적 남미의 통치자를 의미했다. 오늘날의 신세대는 스타에게서 온 몸에 돈칠을 하고 다니는 엘도라도를 본다.손짓 한번에 수만 관중이 환호하는 무대위의 황제. 정치권력 부럽지 않은 열정의 카리스마. 움직일 때마다 돈을 몰고 다니는 엘도라도를 꿈꾸며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방송사를찾는다.일단 방송을 타야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명 안팎의 탤런트를 뽑는 SBS에는 4천5백여명의 신세대가 몰렸다. 지난해 10월 MBC탤런트 공채에 몰린 인원은 5천2백여명. 최종 선발은 25명에 불과했다. 최근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KBS에는 무려 6천여명이 몰려들었다. 2백40 대 1의 경쟁률이다.
최근 MBC와 SBS가 서로 자사 드라마에 출연시키려고 싸움을 벌였던 탤런트 최진실은 1회 출연에 3백만원을 받는다. 「공식적으로」 3백만원을 받는 탤런트는 방송3사를 통틀어 최진실이 유일하다.
광고업계와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꼽는 이같은 A급 스타들은 채시라 김혜수 박중훈 이승연 한석규 장동건 등 10명 안팎. D매니지먼트사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두 편의 CF전속계약과 한 편의 단발계약 영화와 TV출연을 통해 1년에 15억원 정도를 번다. 8백만원 정도의 저가 모델도 일단 단역이라도 TV배역을 맡으면 2천만원 정도로 「몸값」이 오른다. 그만큼 TV의 위력은 크다.
이 돈을 스타 혼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매니지먼트사와 수익을 나눠야 한다. 수익 분배율은 6대 4에서부터 8대 2까지 다양하지만 홍보비 의상비 등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신인의 경우에는 매니저의 몫이 늘어난다. 스타가 된 후 매니저와 불화를 빚거나 출연약속을 어기는 등 「치사해지는」 사람들은 대체로 「머니 게임」 때문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당초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탤런트 김남주는 크랭크인 직전까지 『출연료를 더 달라』거니 『당초 약속과 다르다』거니 하며 밀고 당기다 출연자체가 무산됐다. 김남주 대신 출연한 최진실은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영화도 CF와 함께 스타급 연기자들이 목돈을 쥘 수 있는 「기회의 영역」.
영화계 「빅3」로 꼽히는 박중훈 한석규 최민수는 한 작품에 평균 1억5천여만원을 받는다. 스크린에 갓 진출한 TV스타와 강수연 심혜진 등 톱 여배우의 출연료는 「빅3」보다 다소 적은 1억원 안팎에서 결정된다.
나이트클럽 등의 밤무대 역시 이들의 돈줄이다. 코미디언 P씨는 「양말은 펑크내도 밤무대는 펑크안낸다」는 철칙으로 유명하다. 한달 한곳에서 2천만원, 네군데만 뛰어도 8천만원을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탤런트 또는 배우라는 이름을 지닌 모든 인물이 엘도라도처럼 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재 연예인 노동조합에 등록된 탤런트는 총 1천5백50명. 이중 실제로 TV에 출연하는 숫자는 5백여명으로 스타의 꿈을 안고 탤런트가 된 이들의 대다수가 출연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기자의 약 50%가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이고 그나마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이 이 바닥의 정설.
대다수의 배우들도 무명의 설움을 씹으며 편당 1천만원대 안팎의 개런티를 받고 있다. 신인배우 공모가 있을 때마다 5백∼1천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정작 주인공으로 뽑혀도 안심은 금물.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잊혀진 얼굴이 되고 만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개봉된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 공개모집에서 뽑힌 7명의 여배우는 영화가 실패하는 바람에 후속작품 기회마저 잃고 있는 신세다.
최진실도 처음에는 주인공 뒤에서 수없이 풀장에 뛰어드는 30만원짜리 단발화장품 CF의 엑스트라로 출발했고 배용준은 영화사 잡일부터 시작했다.
TV는 노다지 엘도라도가 아니라 성실과 인내가 통하는 「현실」의 일부임을 이들이 입증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