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일곱개의 숟가락」,90년대판「엄마없는 하늘…」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李元洪기자」 『무뚝뚝하고 말없고 차가운 우리 아버지께서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다니…,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지만』 MBC 월화드라마 「일곱개의 숟가락」을 본 한 시청자가 MBC옴부즈맨에 띄운 글이다. 이 코너에 글을 띄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눈물」로 끝맺고 있다. 「아기공룡 둘리」로 유명한 만화가 김수정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일곱개의 숟가락」은 당초 연말연시를 맞아 따뜻한 가족애를 그려보자는 MBC의 「소품」이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호조를 보인 「일곱개의 숟가락」은 원작을 기억하는 젊은 층의 호응을 바탕으로 기대밖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일곱개의 숟가락」은 지난 9일 첫방송부터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SBS 「연어가 돌아올 때」, KBS2 「아내가 있는 풍경」을 줄곧 10%이상 앞서며 월화드라마중 수위를 달렸다. 「일곱개의 숟가락」은 「90년대판 엄마없는 하늘아래」다. 흔들리는 가정의 위기에 정면노출된 자녀들의 고난이 주 내용. 세상살이에 지친 아버지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룬 방송사들의 「아버지신드롬」, 부부간의 신뢰상실과 개인으로의 회귀를 다룬 「애인신드롬」 등에 이은 「불안한 사회, 불안한 가정」의 연속된 표현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어느날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이영후)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재혼을 하겠으니 당장 내려오라는 것. 큰 아들부부는 동생부부와 함께 한밤중에 급히 차를 몰고 내려가다 교통사고로 모두 죽는다. 이때부터 큰아들과 작은 아들의 자녀들은 부모를 잃고 세상에 던져진다. 큰 손자 정인(홍경인), 손녀 정혜(이정현)가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셋방과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소년소녀가장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것이 기둥줄거리. 이 속에서 벌어지는 소년가장 정인과 부잣집딸 혜주(김소연)의 사랑의 굴곡도 눈길을 끈다. 드라마에서 흔한 소재지만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 『월, 화 10시부터는 울어야하는 시간』 『일찍 끝내 너무 아쉬우니 비디오테이프라도 구해달라』 『방영횟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PC통신에 올라있다. 김지일 MBC TV제작부국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고통스러운 추운 겨울, 연말연시의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며 『후속프로그램이 이미 준비돼 있어 연장방영은 어렵다』고 밝혔다. 원작은 고난을 극복한 자녀들이 할아버지와 화해하고 재회하는 장면으로 끝맺지만 MBC가 어떻게 끝을 맺을 지는 미지수. 12월 마지막주에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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