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외교 그룹’ 출범… 개발도상국 해법 찾는다

  • 동아일보

[공기업 감동경영]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의에 참석한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과 주한 외교사절, 국내외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회의에 참석한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과 주한 외교사절, 국내외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지난 19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이색적인 국제회의가 열렸다. 40여 개국 주한 외교사절과 국제개발 전문가 1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회의의 주제는 안보도 통상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인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세계 각국의 발전 전략과 연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새마을 외교 그룹(Saemaul Diplomacy Group, 이하 SDG) 제1차 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국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국 외교사절과 전문가들이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과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새로운 공공외교 플랫폼이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개발협력의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원조와 인프라 지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빈곤과 지역 격차, 농촌 공동체 쇠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시설을 지원하고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다시 주목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이다.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단순한 농촌 개발 정책이 아니었다.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민 참여형 발전 모델이었다. 이는 농촌 환경 개선을 넘어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며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공여국이 된 유일한 국가라는 점은 새마을운동이 지닌 상징성을 더욱 높여준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가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발전 경험을 대표하는 ‘K-Development’의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개발도상국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1973년부터 현재까지 150개국 6만8000여 명의 해외 지도자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새마을 교육을 실시하며 새마을운동의 가치와 경험을 전파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새마을운동 조직을 연결하는 국제 협력 네트워크인 ‘새마을글로벌리그(SGL)’는 현재 51개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성장했으며 회원국들은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새마을 글로벌 협력국 장관회의를 통해 정책 경험과 발전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새마을운동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티모르는 새마을운동의 원리를 국가 농촌 개발 정책에 반영했고, 잠비아는 국가개발계획에 새마을운동을 포함하며 제도화에 나섰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사업 예산을 지원하며 사업 확대에 참여했고, 우간다에서는 새마을 방식으로 설립된 농민 지도자 교육기관이 정부 이양 이후에도 독자적으로 운영되며 지역 발전을 이끄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새마을 글로벌 협력국 가운데 38개국이 한국에 주한 공관을 두고 있으며 SDG는 이들 외교사절과의 지속적인 교류·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출범했다. 새마을운동이 협력국의 농촌 개발 정책과 지역사회 발전 사업에 실제 적용되면서 외교 현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국 외교사절들은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자국의 발전 전략과 연계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SDG는 이러한 협력을 지원하는 상설 플랫폼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특히 SDG는 회의 중심의 조직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새마을운동 우수 지역 방문, 지역 균형 발전 사례 탐방, 산업시설 견학, 국제개발 포럼, 청년 서포터즈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마을운동의 가치와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국 외교사절들이 단순한 참관인을 넘어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을 함께 이끄는 협력 파트너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협력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지만 발전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새마을운동이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주민 참여와 공동체 역량 강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낸 발전 모델이라는 점에 있다.

세계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 규모나 문화적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짧은 기간 안에 빈곤을 극복하고 공동체의 힘으로 국가 발전을 이뤄낸 경험이 한국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다. SDG의 출범은 이러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공동 번영의 미래로 연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반세기 전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었던 새마을운동은 이제 세계와 함께 성장하는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공동 번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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