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공시보다 빠른 데이터… 웹 스크래핑이 기업 경쟁력 가른다

  • 동아경제
  • 입력 2026년 6월 2일 09시 00분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AI 시대 경영 환경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분기 단위의 재무제표와 공시 정보만으로는 더 이상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어떤 직무를 갑자기 늘리는지, 어느 국가에서 인력을 확대하는지, 경쟁사 출신 인재를 어디로 영입하는지가 공시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이 신호의 상당수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인 링크드인을 비롯한 웹 공간에 가장 빠르게 드러난다. “사람의 흐름이 곧 돈의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라는 말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유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기술이 바로 웹 스크래핑(Web Scraping)이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구조화된 데이터로 변환하는 이 기술은, 한때 개발자가 직접 크롤러를 만들어야 했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PI 기반 솔루션과 노코드(No-code)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별도의 데이터 분석팀이 없는 중소기업도 손쉽게 시장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 기업 브라이트 데이터(Bright Data)의 링크드인 스크래퍼(LinkedIn Scraper) 솔루션이다. 전문적인 코딩 지식 없이도 링크드인의 방대한 프로필, 기업 정보, 채용 공고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다. 특히 자동 프록시 관리와 캡차(CAPTCHA) 우회, 브라우저 렌더링 기능을 통해 수집 차단을 방지하고, 성공적으로 전달된 결과물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는 합리적인 과금 체계를 도입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채용 데이터부터 미술 시장까지…‘데이터로 읽는 산업’의 확산

기업들이 웹 스크래핑을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섰다.

가장 활발한 영역은 인재 시장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사의 채용 공고, 직원 이동, 산업별 인력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자사의 전략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AI 엔지니어를 대규모로 채용하는 흐름이 감지되면, 이는 곧 해당 기업의 향후 12~18개월 전략 방향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공시 발표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전통 산업에서도 변화는 빠르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 이력, 전시 기록, 거래 가격, 작가 정보 등 분산된 공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작품의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아트테크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감(感)에 의존하던 예술 시장이 데이터 기반 투자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 시장 분석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발표나 설문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 대신, 채용 플랫폼의 공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지역별 채용 수요, 직무별 연봉 변화, 산업별 채용 트렌드를 제공하는 AI 기반 커리어 플랫폼이 부상하고 있다. 웹 스크래핑이 ‘노동 시장 인프라’ 역할까지 확장된 셈이다.

영업·마케팅 현장에서는 더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회사 URL만 입력하면 기업 정보가 자동으로 CRM에 입력되는 워크플로우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면서, 영업사원이 하루 종일 매달리던 리드 발굴 작업이 시스템 한 번에 처리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책임 있게 데이터를 다루는 역량’이 승부를 가른다

물론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도 있다.

웹 스크래핑 기술이 고도화된 만큼 개인정보 보호, 플랫폼 이용 약관 준수, 데이터 소유권 등을 둘러싼 논쟁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플랫폼들이 자동화된 데이터 수집에 대한 감지 및 차단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단순한 크롤링 시도는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들은 공개 데이터만 수집하고, GDPR 등 글로벌 규정을 준수하며, 비식별 처리를 거친 데이터만 활용하는 방향으로 운영 원칙을 정비하고 있다. 결국 기술의 우열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책임 있게 쓸 것인가’가 차세대 경쟁력의 본질로 떠오른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과거 시장을 이끈 것이 ‘정보를 가진 자’였다면, 이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데이터를 읽는 자’다. 웹 스크래핑은 더 이상 IT 부서의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도를 결정하는 비즈니스 인프라다.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책임 있게 확보할 수 있는 기업만이 다음 시대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웹 스크래핑 역량이 곧 기업의 ‘시장 레이더’가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