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세입자 면접제’ 도입?…월세 체납, 흡연 여부 확인 가능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7일 17시 01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1.16 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1.16 뉴스1
늦어도 내년 6월에는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전 세입자의 월세 체납 이력, 신용도, 흡연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해외 ‘세입자 면접제’가 한국에도 상륙하는 것이다. 전세 사기 이후 집주인 정보 열람이 쉬워지자 공평하게 세입자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 신용평가기관 등과 임대인·임차인 스크리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들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최근 3년간 임대료, 공과금 체납 이력, 계약 갱신 여부 등을 볼 수 있다. 또 갈등 요소로 꼽히는 △반려동물 △차량 △흡연 △동거인 등을 알 수 있다. 세입자 근무 직군, 주요 거주 시간대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임대인 면접을 통해 세입자의 월세 지불 성실도나 재임대 및 추천 의향도 담길 예정이다.

이 서비스에서 세입자는 임대주택 안전도를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 등본 분석을 통한 권리분석 △집주인 보증금 미반환 이력 △국세 및 지방세 체납현황 △선순위 보증금 예측 등도 알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프롭테크가 보유한 부동산 플랫폼에 먼저 도입한 후 네이버, 직방 등 다른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등장 배경으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보 비대칭성 확대가 거론된다. 2021년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면서 계약 전 세입자는 집주인 보유 주택 수, 보증 사고 이력,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집주인이 세입자 정보를 얻을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서 전·월세 계약 갱신을 최장 9년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집주인 ‘역차별’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현재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6개월 세입자 인턴 과정을 제안하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임대차 분쟁을 미리 막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접수 건수는 2020년 44건에서 △2023년 665건 △2024년 685건 △2025년(1~8월) 572건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계약 전 세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유사 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미국 최대 부동산 플랫폼인 질로우에서는 세입자가 신용 점수, 연체 기록, 범죄 기록 등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집을 구할 때 소득, 직업 등 자신에 대한 설명서를 작성해 집주인, 금융기관 등에 제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공유주거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는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집을 빌리는 ‘게스트’를 평가하는 절차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물량 감소가 이어질 경우 이런 ‘임차인 면접제’ 움직임은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월세 매물이 많았다면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겠지만 지금은 매물이 적어 세입자를 가려서 받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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