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질주 韓배터리, 中에 추월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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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점유율 27%P 앞섰던 韓
올 1분기 中 42%에 1.7%P 뒤져
中CATL 영업익, LG엔솔의 7.6배
“캐즘 이후 대비한 정부 지원 필요”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처음으로 중국 업계에 역전당하는 ‘데드크로스’에 맞닥뜨렸다. 영업이익 역시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CATL이 한국 배터리 1위 LG에너지솔루션보다 7배 더 많았다. 업계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세계를 선도하던 한국 배터리 신화가 조만간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국 밖에서도 역전된 한중 배터리

2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42.0%로 한국 배터리 3사의 40.3%를 1.7%포인트 앞섰다. 2022년 한국이 26.9%포인트 앞서던 격차가 지난해 8.5%포인트로 줄더니 올 1월 처음 역전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순항 중이다. 올 1분기 중국 CATL의 매출은 847억 위안(약 16조3000억 원), 영업이익은 148억 위안(약 2조8500억 원)에 달했다. 이 기간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3747억 원에 그쳤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거침없는 성장 뒤에는 강력한 내수시장 외에도 중국 정부의 지원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CATL에 8억900만 달러(약 1조1262억 원)를 직접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7700만 달러(약 1072억 원)였던 지원 규모가 매년 약 1.5배씩 늘었다. CATL은 여기에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기업공개(IPO) 첫날인 20일 CATL은 약 357억 홍콩달러(약 6조4000억 원)를 조달했다. 이는 올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 IPO 가운데 최대 규모다. CATL은 조달 자금 대부분을 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차입금, 유상증자로 버티는 韓 배터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투자에 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금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정부 세액공제는 ‘그림의 떡’이다. 일정 세액을 법인세에서 빼주는 방식이라 당장 돌려받을 수 있는 법인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조달해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 차입금 합계는 49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7조 원 늘었다. 각 사는 미국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서 돈을 끌어오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차입금 규모가 작은 삼성SDI는 3월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투자를 하는 이유는 캐즘에서 벗어난 이후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 때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배터리 산업의 순위가 뒤바뀌는 지금 시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캐즘이 지나고 배터리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때가 한중 간 ‘정면 승부’의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직접 지원이 만능은 아니지만 한국 업계가 기술 개발 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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