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에 ‘탈중국’ 가속… MS-IBM 짐싸고, 애플은 인도생산 늘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7일 03시 00분


MS, 매장 정리후 연구소 폐쇄… 인도산 아이폰 美수출 63%↑
IBM, 32년 中R&D 조직 없애… 中업체도 해외이전 검토 나서
올 외국인 중국투자 20% 급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 초 중국 상하이 창장(長江) 하이테크 산업단지에 있던 인공지능(AI) 연구소를 폐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연구소 부지를 방문했을 때 건물 앞 간판에 새겨져 있던 MS 로고는 사라진 채 뜯어낸 흔적만 남았고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MS는 2019년 중국 현지 테크 업체들과 협력하기 위해 해당 연구소를 세웠으나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려워지자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MS는 지난해 중국 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전쟁 및 무역전쟁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들이 국가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잇따라 사업 철수, 축소에 나서는 가운데 대중국 외국인 투자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탈중국 행렬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은 전체 제품 생산의 80%를 중국에 의존하는 애플이다. 이날 로이터가 분석한 인도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인도에서 20억 달러(약 2조8500억 원) 상당의 아이폰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다. 특히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타다 일렉트로닉스가 미국으로 보낸 아이폰 수출 금액이 6억12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63% 늘었다. 인도는 트럼프 정부에서 부과한 상호관세가 26%로, 상호관세율 145%에 달하는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IBM도 올 들어 32년 동안 운영한 중국 연구개발(R&D) 조직을 폐쇄했다. IBM은 지난해 중국에서 연구 인력 1000명 이상을 해고하는 등 중국 내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탈중국 러시는 미국 기업들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최근 중국 매장 3분의 2를 정리하고 현지 기업과의 판매 및 마케팅 합작 사업을 중단했다. 마이클 로셸러 폴스타 최고경영자(CEO)는 이 결정에 대해 “중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마다 다른 전략을 취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국 항암 전문 제약사 베이진은 중국에 뿌리를 둔 기업이지만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기업명을 ‘비원 메디슨스’로 바꾸며 주목받았다. 본사를 스위스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제약에서도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내린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외국 기업의 탈중국 러시에 따라 외국인의 중국 투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1, 2월 대중국 외국인 자본 투자 규모는 1712억 위안(약 3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줄었다. 이는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간접투자를 합친 금액이다.

외국인의 중국 투자는 연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8263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7.1% 줄었다. 이는 트럼프 정부 1기 출범 전인 2016년(8132억 위안)으로 회귀한 수준이다. 2023년 첫 감소세를 보인 뒤 매년 줄어들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최근 미중 갈등에 더해 중국 내수 부진과 중국 내 경쟁 격화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 확대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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