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빼고 상호관세 유예]
코스피-코스닥 동반 ‘매수 사이드카’… 나스닥 24년만에 최대폭 12% 상승
日-대만 증시도 9% 이상 급등
골드만삭스 “美 경기침체전망 철회”… 일각 “변동성 더 심해져 투자 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무너졌던 시장이 그의 말 한마디에 되살아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언에 9일(현지 시간)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등했다.
한국 증시도 급반등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 호가 일시 제한)가 발동하면서 6% 안팎의 상승 폭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전망이 완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했고 대표적 위험자산인 가상자산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보편관세 인상안은 기존과 같은 10%로 유지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드는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韓 증시 3일 만에 매도→매수 사이드카 발동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다시 2,440대로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도 하루 만에 27원 넘게 떨어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60% 오른 2,445.06에 거래를 마감했다. 간밤에 미 증시 급등의 영향으로 장 초반부터 자금이 몰리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할 정도였다. 두 시장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은 ‘아시아 블랙먼데이’ 다음 날 주가가 반등했던 지난해 8월 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은 특히 외국인투자가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3244억 원, 6762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는 앞서 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과 관련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에 5% 넘게 빠지면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도 5.97%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선 상호관세 도입을 90일 유예하겠다고 밝히자 억눌렸던 증시가 뛰어오른 것이다. 각국의 항의와 미국 현지의 반대 시위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지만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상호관세 인상 발표 이후 급락하던 미 증시는 수직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 대비 9.52% 오른 5,456.90에 마감했는데, 상승 폭 기준 역대 3위에 올랐다. 나스닥지수도 12.16% 오르면서 2001년 1월 13일(14.17%)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복잡한 글로벌 부품 공급망으로 트럼프발 관세 폭격의 직격탄이 예상됐던 빅테크의 주가가 상승장을 이끌었다. 애플이 15.33%, 엔비디아가 18.72% 급등한 데 이어 테슬라는 22.69% 뛰었다.
미국 빅테크 공급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아시아 증시도 반등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자취안지수도 일제히 9% 이상 급등했고,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증시도 1∼3%가량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27.7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456.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방침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을 65%까지 올렸던 바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누그러들자 국제 유가도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77달러(4.65%) 오른 62.35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도 전일 대비 4.23%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호관세 유예로 인해 글로벌 자산시장에서의 긴장감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상호관세 유예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이번 달 말 미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변동성이 더 심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려 있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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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11:12:51
트럼프는 자기 말 한마디에 세계경제가 출렁이는걸 즐기고 있는것 같다. 4년 내내 이런 꼴을 보고 있을수는 없다. 미국국민과 정치권도 트럼프를 어찌할건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