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에 조건 거는 ‘절충 교역’ 첫 지적
상호관세 앞두고 비관세 장벽 압박
한덕수, 4대그룹 총수와 대응 회의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 시 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절충교역(Offset)’ 관행에 대해 미 행정부가 비관세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방위산업 분야에서 통용되는 조건부 무기 거래 관행인 절충교역이 미국의 무역장벽 목록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내놓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방위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계약 규모가 1000만 달러(약 147억 원)를 넘으면 외국 계약자에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무기를 살 때 기술 이전, 부품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을 처음으로 무역장벽으로 언급한 것이다. USTR은 해마다 자국 산업 의견을 받아 3월 말에 NTE 보고서를 내는데, 이번 보고서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둬 특히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관세율을 정하겠다고 밝혀 이번 보고서 지적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제적인 관행을 한국 고유의 문제인 것처럼 지적한 것을 두고 방산 관련 협상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한국에 대미(對美) 무역흑자 폭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방산 쪽에서 미국 제품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이에 앞서 한국과의 거래에서 느꼈던 불만이나 아쉬움 등을 이번 기회에 지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USTR은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시장 지배적 플랫폼 규제 법안도 무역장벽이라고 꼽았다. 또 한국이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은 것도 올해 새롭게 지적했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4대 그룹 총수들과 첫 민관합동 ‘경제안보 전략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우리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선진화해서 우리 경쟁력도 높이고 외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을 완화시키기 위한 툴(도구)로서 충분히 활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관세 장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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