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의심 제품 1년새 12% 급증
품질 보장 안돼 브랜드 위상 해쳐
제재 조치한 제품은 9만개도 안돼
“공동 적발 시스템 운영 고려할만”
K뷰티 열풍을 만들며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102억 달러·전년 대비 20.6% 증가) 실적을 낸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짝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놓고 베낀 제품들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쉽게 발견되고 있다. 이런 짝퉁 제품은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한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IP 보호전문 인공지능(AI) 기업 마크비전이 지난해 180개국 1500개 이상의 화장품 판매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K뷰티 위조 의심 제품이 111만5816건 발견됐다. 이 가운데 화장품 기업이 해당 판매 플랫폼에 신고해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8만8392건에 불과했다. 위조 의심 제품은 2022년 21만1963건, 2023년 99만712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아누아, 조선미녀, 티르티르, 바이오던스 등 해외 인기 K뷰티 브랜드들은 마크비전 같은 사설 업체에 짝퉁 적발을 의뢰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상시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아누아’의 유통사인 더파운더즈 관계자는 “중동, 미국, 중국 등에서 위조 상품이 발견되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에는 중국 자오칭시 가품 생산 공장에서 아누아의 대표 제품인 어성초 클렌징 오일을 모방한 위조품 2100여 개가 적발되기도 했다”고 했다.
‘레드 쿠션’으로 아마존 1위에 오른 브랜드 ‘티르티르’ 관계자는 “제품에 붙여서 나가는 스티커에 바코드를 넣어 정품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디자인 도용, 가품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법적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킨1004 관계자도 “정품 인식이 가능한 식별 장치를 제품에 적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가품 구별법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별 브랜드뿐 아니라 열성 소비자들은 직접 “뚜껑 모양을 잘 구별하라”, “끈적이는 모양이 다르다” 등 K뷰티 ‘위조 상품 구별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차원에서도 짝퉁 관련 강경 대응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반적으로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불법 상품이 적발되면 판매 중지 조치를 하고, 해당 판매자에게 소명 절차를 요구한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내외 규제 기관,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AI를 통해 문제 상품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적발하는 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일부 판매자들은 위조 상품과 진짜 상품을 교묘하게 섞어서 팔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K뷰티 선봉에 선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위조 제품 대응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짝퉁에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현재는 개별 기업들이 각자 비용을 들여 짝퉁을 걸러내고 대처하고 있다”며 “짝퉁 적발 시스템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정보를 공유한다면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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