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금지-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출산 전쟁’ 나선 日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1일 03시 00분


[토요기획] 출산에 팔 걷은 기업인들
‘저출산 선배 국가’ 일본은… 아침형 근무 등 직장 문화 개선
육아휴직자 업무 분담 수당 마련… 출산율, 전체 평균의 두 배 넘어

한국보다 앞서 ‘출산율 지키기’ 전쟁에 나섰던 나라가 있다. 바로 옆 이웃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민관이 힘을 합쳐 저출산 대응에 적극 나서며 2005년 1.2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출산율을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시켰다. 이후 2015년부터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긴 했으나 출산율 하한선을 지켜내기 위해 주요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근무 방식이다. 일본은 보수적인 직장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는 직장인들이 많고, 맡은 일이 마무리돼도 팀 동료가 남아 있으면 눈치 보며 퇴근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저출산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5년 이후 높은 업무 강도로 악명이 높던 주요 대기업들이 나서서 직장 문화 개선을 이끌기 시작했다.

일본의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0년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아침형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했고, 오전 일찍 일하는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 2012∼2021년 이토추상사의 사내 출산율은 0.6명에서 1.97명으로 급증하며 출산율 반등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일본의 5대 종합건설회사 중 하나인 다이세이건설도 업계 출산율을 견인하고 있다. 2006년 근무 방식 혁신에 착수해 남자 직원도 100% 육아휴직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다이세이건설의 합계출산율은 일본 전체 평균(2021년 1.33명)의 두 배에 가까운 2.5명을 기록했고, 여성 임원 비율도 11%를 넘겼다.

주 4일 근무제를 비롯해 다양한 유연근무 실험을 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주당 근무 시간만 채우면 육아 등 개인 상황에 따라 요일별로 근무 시간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전자 대기업 히타치는 하루에 특정 시간은 반드시 일하도록 하는 ‘근무 시간 하한 규정’을 2022년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파나소닉홀딩스도 지주사 및 일부 자회사에 유연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근무 방식 전환에 성공하며 출산율 반등을 이끌자 관련 제도 확대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 가오는 2023년부터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유급 육아휴가를 신설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열흘간 육아휴직을 반드시 쓰도록 의무화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지난해부터 남성 직원이 배우자의 출산 예정일 8주 전부터 사용이 가능한 ‘아빠 산전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게임 기업 고에이는 셋째를 낳은 직원에게 축하금으로 200만 엔(약 1800만 원)을 지급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첫째 축하금은 10만 엔, 둘째는 20만 엔이다. 철도회사인 JR규슈도 첫째 30만 엔, 둘째 40만 엔, 셋째 50만 엔의 출산 축하금을 준다.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직장 동료들을 지원하는 곳도 생겨났다. 오키전기공업은 육아휴직자 업무를 지원하는 동료에게 최대 10만 엔을 지급한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도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야근 금지#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출산 전쟁#일본#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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