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경매서도 ‘찬밥’… 물량 두 배 증가속 낙찰률은 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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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낙찰률, 1년새 5.6%P 뒷걸음
매매 찬바람, 작년 거래 38% 줄어
월세 치솟자 서울 등 청약 기지개
전문가 “분양가 높아 유의해야”

입주가 1년 5개월 남은 경기 과천시 지하철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 바로 앞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2021년 집값 급등기 때 분양할 때만 해도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398 대 1을 나타낸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양가보다 5000만 원 낮은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나 분양가와 같은 ‘무(無)피’ 매물이 넘친다. 바로 옆 230여 실 규모 ‘과청청사역한양수자인’도 2000만∼3000만 원 ‘마피’ 매물이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치르려다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내놓은 물건”이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정차역이고 교통 호재가 있지만 매수 문의는 뜸하다”고 했다.

부동산 호황기 투자 열풍이 불었던 오피스텔이 침체가 길어지면서 매매는 물론 경매 시장에도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의 규제 완화와 월세 급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오피스텔 청약 시장은 일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분양을 받은 뒤 매매가 쉽지 않은 만큼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텔 경매 진행 건수는 4261건으로 지난해 1분기(2023건)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낙찰률은 지난해 1분기 20.8%에서 올해 15.2%로 하락했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같은 기간 60.9%에서 59.7%로 소폭 떨어졌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떨어진 건 그만큼 경매 시장에서 오피스텔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매매 시장도 약세가 계속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2만7059건으로, 전년(4만3558건) 대비 37.9% 감소했다. 매매 가격도 2022년 7월 이후 20개월 연속 하락세다. 집값 급등기 때 투자자들이 몰렸던 오피스텔마다 마피 매물이 나온다. 2021년 96실 모집에 총 12만5919명이 몰린 서울 영등포구 AK신길 푸르지오 전용 78㎡ 분양권 호가는 8억1000만 원으로 분양가보다 1억 원 낮다.

반면 서울 등 주요 지역 오피스텔 청약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올해 2월 공급에 나선 ‘이문 아이파크 자이 오피스텔 IM594’는 584실 모집에 1237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2.1 대 1을 나타냈다. 특히 전용 24㎡는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평형이다. 올해 3월 경희궁유보라 역시 11실 모집에 999명이 지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월세가 많이 올라 수익률이 개선된 데다, 정부가 소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기로 하며 투자자들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1월 10일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신축 비(非)아파트 주택(오피스텔, 빌라 등)을 최초 취득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지난달 26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매매 시장이 침체된 데다 최근 분양하는 오피스텔은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높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 등 영향으로 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오피스텔 수익률이 오를 수는 있지만, 한번 소유하면 아파트처럼 다시 팔기가 쉽지 않고 고금리로 매매 시장도 침체돼 있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오피스텔#낙찰률#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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