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수요 위축속 올해 25조 시설투자… “미래동력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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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멈추면 中과 경쟁 못해”… LG엔솔-SK온-삼성SDI 공격투자
사업확장 따라 직원수 9% 늘려… 일부 “R&D투자 상대적 소홀 우려”

“초기 투자 후 실적이 나기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립니다. 성장 과정에서 투자와 실적 간 불균형이 발생하겠지만 장기 지속 성장이 더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이달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받자 내놓은 대답이다. 당장 주주환원 정책을 개편하는 대신 회사의 장기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같은 날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구성원들과 만난 타운홀미팅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제품력과 기술력을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과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사의 시설투자액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24일 배터리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3사의 올해 시설투자액(CAPEX)은 모두 합쳐 24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 11조 원, 삼성SDI 6조 원, SK온 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투자액이 3사 모두 증가할 전망이다. 3사의 시설투자액 합계는 2022년 13조8000억 원, 2023년 22조2000억 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 확장에 따른 채용 직원 수도 늘었다. 2022년 말 2만5996명이었던 3사 직원 수는 2023년 말 2만8211명으로 8.5%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 악화에도 3사는 공격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단독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최 사장은 “앞으로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인 만큼 단독 공장 설립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미에서 수요처가 확실한 합작(JV) 공장만 지었던 삼성SDI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배터리 수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현대차그룹과의 신규 JV 및 애리조나 단독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글로벌 생산시설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온도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잇달아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증설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배터리 3사의 수주액은 모두 합쳐 1000조 원이 넘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 배터리 공장들이 이르면 올해 말을 시작으로 2025년, 2026년 가동하기 시작할 텐데 그때까지 투자를 멈출 수가 없다”며 “지금 여기서 주춤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려날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장 증설에만 집중해 연구개발(R&D)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3사 모두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3.4%에서 지난해 3.1%, 삼성SDI는 5.4%에서 5.0%, SK온은 3.1%에서 2.3%로 감소했다. R&D 절대액 자체는 모두 전년 대비 늘었지만 3사를 합친 규모가 2조4744억 원으로 중국 CATL(183억6000만 위안·약 3조3970억 원) 한 곳에 못 미친다.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배터리 3사의 부채 합계는 56조9795억 원으로 전년(46조695억 원) 대비 23.7% 늘었다. 1년간 낸 이자 비용만 3개 기업을 합쳐 1조593억 원이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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