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신용평가모델에 ‘상환 의지’도 포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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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황-담보 중심 방식에 한계
상환 의지 반영하는 심리적 특성
자기효능감·자제력 등 반영해야

금융기관의 신용 상품은 필연적으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신용 위험)을 동반한다. 이때 채무불이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위험관리 도구가 바로 신용평가모형이다. 대출 대상의 신용 위험 수준을 평가해 점수를 산정하는 장치다.

전통적 신용평가모형은 대출 대상의 재무 상황, 담보, 신용 이력, 경제적 상환 능력 등 소위 ‘하드 정보’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주관적·심리적 요소에 해당하는 ‘소프트 정보’, 즉 상환 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인도 심바이오시스대 연구진은 상환 의지가 채무불이행에 미치는 영향과 신용평가모형의 예측력을 높이는지 탐구했다. ‘부채’와 ‘심리’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1980∼2019년 발간된 학술 논문 29편을 선별한 후 통합적 문헌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차입자의 상환 의지와 연관성이 높은 행동·심리 특성 6가지를 밝혀냈다. 무흠결성과 자기효능감, 내적 통제, 성격, 자제력, 물질주의 등이다.

무흠결성은 도덕적 원칙에 따라 정직하게 행동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무흠결성이 부족한 차입자는 상환할 능력이 있어도 실제로는 돈을 갚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효능감은 주어진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열정이 높고 더 끈기 있게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한다.

내적 통제는 자기 삶이 외부의 힘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관리된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심리적 특성이다. 내적 통제가 강한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보다 재무관리 능력이 더 뛰어나고 신용도가 높다. 성격은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심리적 특성과 메커니즘의 조합이다. 성격 연구에 가장 많이 쓰이는 ‘빅5’ 성격 특성 중 ‘성실성’이 높을수록, ‘신경성’이 낮을수록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아진다.

자제력은 충동이나 강박 구매에 대한 저항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제력 측정에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에는 소비 스타일, 비만, 흡연, 음주가 있다.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은 쉽게 빚을 지고 오랜 기간 부채에 허덕인다. 물질주의는 과소비나 불필요한 사치품 소비를 종용해 부채 부담을 늘리고 재무관리 능력을 저해한다. 부채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하고 강박적인 구매 행동을 조장한다.

신용평가모형에 하드 정보뿐만 아니라 이 같은 소프트 정보를 통합하면 적절한 신용 기록과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없는 차입자의 평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 계층 중에서도 상환 의지가 강한 사람들을 선별해 대출의 기회를 주는 데도 유용하다. 각 차입자의 개별적인 행동·심리 특성이 추가로 반영되므로 신용평가의 정확성이 향상되고 편향성은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신용평가모델#상환 의지#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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