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초국경 택배’ 시장을 잡아라… GDC, 물류 핵심 기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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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 ‘초국경 택배’ 경쟁 심화
CJ대한통운, 인천에 GDC 구축해
아시아·태평양 물류 핵심기지화
물류 노하우 사우디에도 수출

축구장 3개와 맞먹는 약 2만221㎡ 규모의 CJ대한통운 인천 GDC(글로벌권역물류센터)는 제품 보관 규모 500만 개 이상으로 
아시아 GDC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물류 로봇 등 자동화 설비와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 도입이 이 물류 기지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 제공
축구장 3개와 맞먹는 약 2만221㎡ 규모의 CJ대한통운 인천 GDC(글로벌권역물류센터)는 제품 보관 규모 500만 개 이상으로 아시아 GDC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물류 로봇 등 자동화 설비와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 도입이 이 물류 기지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 제공
해외 직구가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에 침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초반.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 등을 활용하면 국내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직구족은 해마다 늘었다. 하지만 해외 직구가 대중화됐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언어 장벽, 반품 및 환불의 어려움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언제 도착할지 예측할 수 없는 느린 배송 속도가 장애물로 작용했다. 실제 해외 직구는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한 달 이상 소요된다. 그래서 해외 직구족 사이에서는 ‘물건을 샀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릴 때쯤 물건이 도착한다’는 웃지 못 할 소리가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직구 배송 시간은 비약적으로 빨라지는 추세다.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와 물류 업체들이 앞다퉈 세계 각지에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Global distributions Center)’를 설립해 속도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GDC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주목받는 ‘초국경 택배(CBE·Cross Border E-commerce)’ 모델 중 하나로 소비 지역 인접 국가로 물류센터를 전진 배치하고 이곳에 미리 제품을 보관한 후 각 국가의 주문에 맞춰 포장, 발송하는 물류센터를 말한다. 소비자와 거리가 먼 탓에 주문부터 납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지연되고 배송비 부담까지 큰 직구나 역(逆)직구가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 미국 쇼핑몰에 주문해도 인천에서 출고

CJ대한통운은 국내 기업 중 GDC 설립과 운영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2019년, 국내 최초로 인천 자유무역지대에 GDC를 설립하고 미국 건강기능 전문 쇼핑 플랫폼 ‘아이허브’의 제품을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발송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인천 GDC는 국제 규격 축구장 3개와 맞먹는 약 2만221㎡(약 6117평) 규모로 하루 최대 3만 상자를 출고할 수 있다. 제품 보관 규모는 500만 개 이상으로 아시아 GDC 중 최대 규모다.

CJ대한통운의 인천 GDC는 미국 쇼핑몰 ‘아이허브’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일례로 인천 GDC가 없었다면, 일본 소비자는 미국 ‘아이허브’에서 주문을 하고 난 뒤 미국에서 일본으로 직접 상품을 배송받아야 했다. 미국 물류센터에서의 출고 작업과 공항까지의 내륙 운송을 거치면 12시간 이상 비행 끝에 일본에 도착한다. 이에 비해 인천 GDC를 활용하면 물류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우선 인천 GDC에서 인천공항까지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기에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상품들을 공항까지 빠르게 이송할 수 있다. 또 발송국과 도착국 간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도 있다. 인천공항에서 약 3시간 정도면 일본으로 항공 운송이 이뤄진다. 미국에서 직접 발송할 때와 비교하면 현지 통관, 배송업체에 전달되는 시간까지 감안해도 최소 하루 이상 빠르게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 로봇·데이터 기술 ‘오토스토어’


인천 GDC의 경쟁력은 자동화 설비와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에서 나온다. 특히 CJ대한통운은 9월, 인천 GDC 일부 공간을 증축하고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Auto-Store)’를 도입했다. 오토스토어는 제품을 담은 큐브 형태 바구니 7만6000개가 16단으로 겹겹이 쌓인 구조로, 실시간 주문에 맞춰 로봇이 각 보관 바구니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로봇은 이렇게 찾은 제품을 출고 스테이션 작업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동시에 오토스토어와 함께 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퀵 피킹 시스템(QPS·Quick Picking System)’이 제품 종류와 수량에 맞춰 박스를 접고 바코드를 찍은 뒤,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작업자 앞에 가져다준다. 작업자는 QPS가 가져다준 상자의 바코드를 확인해 오토스토어가 가져다준 제품의 종류와 수량이 맞는지 검토한 후 상품을 박스 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또 인천 GDC는 배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체적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에 설치된 자동 중량검수대 위를 통과하면, 이미 데이터에 저장돼 있는 제품별 무게에 맞게 포장됐는지 검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 커지는 CBE 물류 시장 속 국내 GDC 시장 선도


CJ대한통운이 GDC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관련 시장 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이다. 통상 해외 직구, 해외 역직구, GDC를 합쳐 ‘초국경 택배’라고 하는데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00조 원대에 이른다. 또 영국 물류 시장 리서치 기업 TI(Transport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CBE 물류 시장은 2026년 1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국내 물류 업계는 GDC 사업 확대가 CBE 물류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로선 세계 곳곳에 직접 물류센터를 짓는 것보다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곳에서 운영되는 GDC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인천 GDC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동 시장에도 진출해 글로벌 CBE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실제 CJ대한통운과 아이허브는 사우디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조성된 리야드 통합물류 특구에 ‘사우디 GDC’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인천 GDC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우디 GDC는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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