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생금융’ 압박 계속되자… 은행들 추가지원 규모 놓고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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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 각 1000억 지원 계획에
정부 “국민 공감대가 중요” 반응
은행들 ‘서민 실질 도움줄 방안’ 골몰
“연간 1조 사회공헌했는데” 불만도

이달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를 앞두고 은행권의 ‘상생금융’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가운데 이미 두 곳이 상생금융 추가 지원 방안을 밝혔음에도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계속되자 추가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16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민들이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며 은행의 ‘이자 장사’를 강도 높게 비판한 뒤 17일 만이다.

당국과의 간담회에 앞서 13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5대 금융지주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모임을 이틀 앞두고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일각에서 “독과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지원 규모 등을 조율해 담합하는 인상을 정부에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가운데선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을 보유한 KB금융지주의 고민이 가장 큰 상황이다. KB금융은 6일이나 7일 상생금융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3일과 6일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추가 지원 방안을 밝혔지만 당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7일 김 위원장은 두 지주가 내놓은 상생금융안에 대해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 공감대를 만족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누적 이자이익이 30조 원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그 정도의 지원안은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소상공인 등 서민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더 면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면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아무래도 지원 액수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병균 우리은행장도 8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담은 상생금융을 은행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권에선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소속된 20개 회원사가 2019년 이후 사회공헌 사업에 매년 1조 원 이상 지출하는 등 상생금융을 지속해온 금융사들을 악덕 기업 취급하며 정부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은행에선 대손충당금도 쌓아야 하는데, 이자 수익을 오롯이 사회공헌 사업에 쓸 경우 은행이 정작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상생금융#은행 때리기#은행#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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