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높인 저축銀-대부업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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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업계 대출, 작년 60% 수준 그칠듯
자금조달 비용 높아지자 규모 줄여
중저신용자들, 불법 사금융 내몰려
상반기 피해 신고 5년만에 최대치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연간 가계신용대출 취급액이 지난해의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급전 창구’가 막히자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는 서민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5년 만에 최대였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올 상반기에 새롭게 내준 가계신용대출은 각각 5조8000억 원과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 올 한 해 두 업계에선 12조8000억 원이 관련 대출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저축은행(17조2000억 원)과 대부업체(4조1000억 원)가 새로 내준 가계신용대출 21조3000억 원의 60.1%에 그친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시중은행 등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 업계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서민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조달 사정이 나빠진 데다 연체율 상승으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34곳에서 1년 만에 28곳으로 줄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를 높여서 수익성을 현재보다 보장해줘야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이 더 이뤄질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중저신용자들은 정책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지만 정부 지원금액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돼 ‘오픈런 대출’로 불리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용평점 하위 10%를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500만 원을 빌려주는 이 상품은 매달 새로운 자금이 공급되는 첫 영업일에 완판되는 실정이다. 신용평점 하위 20%이거나 저소득자가 대상인 ‘근로자햇살론’은 올 상반기에만 2조1991억 원이 취급돼 올해 목표치의 85%가 이미 소진됐다.

대출 창구가 막혀 벼랑 끝에 내몰린 중저신용자들은 고스란히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상황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 및 신고 건수는 6784건이었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의 상담 및 신고 건수의 세부 항목을 보면 미등록 대부업체 관련이 2561건(37.8%)으로 가장 많았고, 고금리 관련이 1734건(25.6%)으로 뒤를 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동안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를 느슨하게 해오던 금융당국이 고삐를 확 조이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중저신용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며 “정책 기조가 냉온탕을 오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저축은행#대부업체대출 문턱#불법 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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